정부 "노조, 회계 결산 공시 안하면 내년부터 세액공제 불가"...노정 극한 대립 예고

입력 2023-06-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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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조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방침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일대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거대 노동조합(노조)가 회계 결산보고를 공시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러한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방침으로 노정(勞政) 대립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노동조합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지원을 위해 노동조합 회계 관련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고, 여타 기부금 단체가 결산결과 공시 등 엄격한 회계 관리를 요건으로 세제 혜택 등을 받는 것처럼 회계가 투명한 단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회계 관리 책임을 높이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조 조합비의 공익성을 고려해 기부금으로 인정, 연말정산때 조합비의 15%(1000만 원 초과분은 30%)를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노조는 결산보고 의무가 없어 결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다.

결산결과 공시 의무 이행 요건으로 기부금의 세제 혜택을 받은 병원·학교 등 공익법인 등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노조에도 결산서류 공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앞서 고용부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취업자의 88.3%가 "노조도 세제 혜택을 받고 있으므로 다른 기부금단체 수준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개정안은 여타 기부금 단체처럼 노조가 결산 결과를 공시하는 경우에만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도록 했다.

적용 대상은 소규모 노조의 집행 부담 등을 고려해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인 노조 또는 산하조직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해당 노조 또는 산하조직으로부터 조합비를 배분받는 상급단체, 산하조직 등도 공시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양대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내년에 납부하는 조합비 분부터 적용된다. 해당 노조는 자산‧부채, 수입‧지출 등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매년 4월 30일까지 고용부가 운영하는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올해 9월경 노동포털에 구축 예정)에 공시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위한 회계감사원 전문성 제고 개선안도 담겼다. 현재 회계감사원의 자격‧선출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어 회계 관련 지식‧경험이 없는 사람을 임의로 선임이 가능해 객관성‧신뢰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개정안은 노조 회계감사원을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하고, 필요 시 조합원(대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으면 회계사나 회계법인이 회계감사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원의 알권리를 위해서는 노조가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등을 통해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도록 했다.

이 장관은 "이번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근로조건 개선 노력 등 노조 본연의 역할이 강화돼 조합원이 신뢰하고 지지하는 노조로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시행령 개정으로 노정 갈등이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정부와 사회적 대화에 나선 한국노총이 경찰의 산별 노조 간부 강경 진압에 반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질베르 웅보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을 만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이 '노동 탄압'이라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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