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사’ 한동훈의 승리?...'성난 황소' 도발 숨은 셈법

입력 2023-06-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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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 부결
도발 이면에는 이재명 대표 혐의
野사면초가 “의원이 사냥감”
한동훈 존재감↑ 정치 발판 마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돈 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 봉투 받는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건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6월 12일 국회 본회의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도발은 적중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1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재적 의원 293명 가운데 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139명 찬성, 145명 반대, 9명 기권으로 부결됐다. 이 의원은 132명 찬성, 155명 반대, 6명 기권으로 부결됐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가결’을 당론으로 정했던 만큼 민주당에서 동정표가 나오면서 부결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장관이 일부러 자신들을 자극해 반대표가 늘어났다며 반발했다. 박성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명이 돈을 받았다’라고 규정하고, 그 사람들이 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부당하다’라고 하는 논리를 펴는 것이 과연 근거가 있느냐. 의도된 발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밝혔다. 고민정 의원도 1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사실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의 선을 넘어선 거라고 본다. 다분히 감정적인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의 도발 이면에는 이재명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장관은 줄곧 이 대표의 혐의에 각을 세우는 발언을 해왔다. 그는 3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50억 클럽이 무관하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며 “핵심 피의자로 기소된 분이 이 대표이고, 그 로비는 배임의 사법 방어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 대표가 자신의 검찰 소환 통보를 ‘야당 탄압’이라고 하자 “수사를 받는 정치인이 과도하고 과장된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2월 2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석 297명 중 139명 찬성, 138명 반대, 9명 기권, 11명 무효로 부결됐다. 이 대표는 당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외에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개발 특혜 의혹 등의 추가 의혹을 받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를 계속 건드리게 되면 여론도 안 좋아진다”며 “겨울 즈음에 검찰에서 다시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카드를 꺼내지 않을까. 이 대표는 마지막일 것”라고 내다봤다.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자리고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 같은 공세에 민주당은 사면초가에 몰리는 모습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어제 의원총회에서 한 의원이 ‘검찰이 마치 국회를 사냥터로, 의원을 사냥감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도 언제 사냥감이 될지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뇌리에 꽂힌 상황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는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을 제외하고는 민주당 출신 노웅래·이재명·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내로남불’ 프레임이 생기기도 했다.

반사이익으로 한 장관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장관은 여태까지 그런 보수들하고 좀 다르다”라며 “싸움을 못하지도 않고 또 근거도 굉장히 강한 편이어서 지금 민주당 식으로 하면 한 장관한테 이길 수 없다”고 장담했다.

이 같은 상황을 활용해 한 장관이 내년 총선의 지렛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설’ 또는 ‘총선 출마설’, ‘검사공천설’은 익히 국민의힘 안팎에서 오랫동안 나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에 한동훈 장관만큼 인지도 있는 정치인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당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총선을 이끌고 갈 지역 중심인물마저 부재인 상태에서 앞으로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다는 건지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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