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업체, 플랜B 모색 안간힘…‘멀티쇼어링’ 부각

입력 2023-06-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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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산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국가 없어
애플,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 기지 이전
세계 경제 침체로 생산기지 분산 늦어진다는 지적도

▲2022년 10월 1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폭스콘 기술의 날 행사에 폭스콘 로고가 보인다. 타이베이/AP뉴시스
지난 10년간 서방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는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를 찾는 것이었다. 일명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었다.

이에 인구수 세계 1위, 탄탄한 경제 성장세를 갖춘 인도가 중국의 대체지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 전략이 ‘차이나 플러스 매니(China Plus Many)’로 가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제조업체들이 생산지를 분산하는 이유는 중국에서 이전하는 생산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WSJ은 “베트남은 기업 친화적이지만 숙련공이 부족하고, 인도는 풍부한 노동력 보유하고 있지만 인프라가 열악하며, 멕시코는 미국 시장과 가깝지만 중국 부품 공급 업체와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 다각화, 생산의 분산화를 ‘멀티쇼어링(multi-shoring)’이라 부른다. 전문가들은 이런 용어의 등장이 “세계 시장이 10년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진 현실을 반영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가 132개의 다국적 기업을 조사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기업들의 공급망 재검토의 3분의 2는 2개국 이상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국가로 이전하는 것은 3분의 1 미만이었다.

중국에 거대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애플은 최근 베트남과 인도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인도 공급업체는 2018년 7곳에서 2022년 14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베트남 공급업체는 14개에서 25개로 늘었다. JP모건 추정에 따르면 2025년엔 아이폰의 4분의 1이 인도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제품을 공급하는 대만의 신발 제조업체 바오청도 인도 타밀나두주에 2억8000만 달러(약 3640억 원)를 투자해 생산시설 설립하기로 했다. 캐주얼 풋웨어 브랜드 크록스는 생산시설 대부분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조달을 강화하고 인도 현지 생산을 위해서도 움직이고 있다.

리모컨, 가정용 오락기기 및 보안 센서 제품을 생산하는 유니버설일렉트로닉스는 중국에 있는 2개의 공장 중 한 곳을 폐쇄하고 멕시코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베트남 하노이 근교에도 새로운 제조시설이 가동될 예정이다.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분산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근로자 교육에 투자하고 현지 당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때로는 현지 부품 조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분산하도록 부추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파괴되고 미·중 갈등은 기업들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예측 불가능한 존재가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대규모 분쟁이 공급망 위기를 야기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생산기지 분산이 빨리 이뤄질 수 없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금리 상승 및 세계 경제 침체 상황이 맞물리며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크리스 로저스 공급망 연구 책임자는 “재무 책임자들이 신공장 건설 등의 지출에 신중해지면서 기업들이 대규모 분산화를 미룰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분산화를 추진하는 많은 기업이 의지는 있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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