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댐 폭발에 곡물 가격 급등…커지는 애그플레이션 공포

입력 2023-06-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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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옥수수·귀리 가격 상승세
전문가 “장기적 영향 더 심각”
우크라, 전 세계 밀 수출 12%·옥수수 16% 비중
러시아도 크림반도 물 부족에 농업 생산 피해 우려

▲사진은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6일(현지시간) 카호우카 댐 파괴로 홍수가 일어나자 사람들이 보트에 노인을 태워 대비시키고 있다. 헤르손(우크라이나)/EPA연합뉴스
‘유럽의 곡창지대’라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대형 댐이 붕괴돼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밀 가격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오전 한때 부셸(27.2kg) 당 6.47달러로, 4% 가까이 치솟았다. 옥수수 가격 역시 장중 한때 거의 2% 상승한 부셸당 6.09달러에 거래됐다. 귀리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면서 전 세계 곡물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댐 폭발로 우크라이나 하류 지역은 수몰 피해를, 상류 지역은 농업용수를 포함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을 전망이다. 댐 기계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인한 오염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댐 파괴는 농산물 수출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댐은 곡물 거래가 활발한 세 곳의 우크라이나 항구와는 거리가 있지만, 홍수로 인해 인력·운송·물류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농산물 수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밀 수출의 12%, 옥수수는 16% 비중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토의 70%가 농경지이며, 국기의 파랑과 노란색은 하늘과 밀밭을 상징한다. 2020년에만 2400만 톤의 밀을 수확, 이 중 1800만 톤을 수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댐 폭발이 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를 계속해서 부추길 것으로 경고했다. 러시아 농업조사회사 소브이콘의 안드레이 시조프 전무이사는 “밀 가격 급등의 원인은 카호우카 댐 파괴 때문”이라며 “이것은 강세장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농업시장조사업체 우크라그로컨설트의 세르게이 페오필로프 대표는 “단기적인 영향은 강의 낮은 둑에 있는 곡물 저장고와 다른 장비들의 손상”이라며 “정확히 어떤 사일로(큰 탑 모양의 곡식 저장고)에서 얼마나 많은 곡물이 썩고 있는지 당장은 불분명하지만, 장기적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댐 폭파로 인한 피해는 우크라이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댐 파괴로 크림반도와 러시아 영토로 유입되는 물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로 가는 물의 85%를 공급하는 북크림운하는 댐이 있는 노바 카호우카 지역에서 물을 끌어온다. 마크 캔시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은 “식수에는 영향이 없더라도 크림반도의 농업생산에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카호우카 댐 파괴의 배후로 상대방을 지목하면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은 댐 폭발을 사실상 러시아의 소행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 백악관은 결론을 내리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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