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승리로 끝난 골프전쟁...미국 PGA, LIV와 통합

입력 2023-06-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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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비난하던 PGA, 사우디 지원 받기로
LIV 전향해 떼돈 번 선수들 이득
사우디도 ‘스포츠워싱’ 비난 벗어날 기회
전문가 “프로 골프 역사상 가장 슬픈 날”

▲데이비드 푸이그와 세바스티안 무뇨스, 미토 페레이라, 호아킨 니에만이 지난달 28일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LIV골프 팀트로피에서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년간 벌였던 골프 전쟁이 사실상 사우디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간 미국과 미국프로골프(PGA)는 사우디의 골프 시장 참여에 적대적이었지만, 골프계 대통합에 합의하면서 ‘적’에서 ‘동업자’가 됐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PGA와 사우디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LIV골프는 사업 운영 일부를 합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당사자 간 진행 중인 모든 소송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며 “새로운 영리 법인을 만들기 위해 통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엔 PGA와 LIV, 유럽의 DP월드투어 등 총 세 조직이 참여했다. 특히 LIV와 대척점에 섰던 PGA가 당분간 투어를 별도로 운영하되, 사우디 국부펀드의 지원은 받는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러한 변화는 PGA 관계자와 소속 선수들이 지난 1년여간 사우디의 LIV 후원을 깎아내렸던 것을 고려할 때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린 결정이라고 WP는 설명했다.

PGA와 LIV는 지난 1년 동안 강 대 강으로 맞붙었다. PGA와 미국은 사우디가 LIV를 설립함으로써 스포츠를 통해 인권탄압 등 잘못을 덮는 이른바 ‘스포츠워싱’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당시 사우디와 미국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와 함께 PGA는 LIV가 막대한 자금으로 PGA 소속 선수들을 빼가고 있다고 항의했고, 소송도 불사했다.

LIV로 넘어가 엄청난 돈을 쥔 선수와 PGA에 남은 선수 간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LIV를 택한 선수들만 이득을 본 셈이 됐다. LIV로 넘어간 필 미컬슨은 지난해 8월 포브스 선정 ‘1년간 가장 많은 돈을 번 골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우디 역시 PGA와 손잡으면서 스포츠워싱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게 됐다.

외부 비난을 의식한 듯 PGA는 이번 거래를 전통적인 ‘합병’으로 규정하고 있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PGA 편을 들던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골프 평론가 브란델 챔블리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완전히 충격받았다”며 “프로 골프 역사상 가장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PGA와 LIV의 통합은 상황에 따라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WP는 “PGA는 이번 거래를 합병으로 보지 않지만,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를 통과해야 할 수도 있다”며 “법무부는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합병을 막은 최근 소송을 비롯해 세간의 이목을 끄는 소송들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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