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 타블로이드 재판 출석...“언론 때문에 우울증, 편집증 생겨”

입력 2023-06-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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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인사 법원 출석 130년 만에 처음
MGN “해리 고통은 일반적인 언론 보도 때문”

▲영국의 해리왕자가 6일(현지시간) 런던 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타블로이드 언론의 해킹 관련 재판에 영국 해리 왕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5시간에 걸쳐 증언하면서 언론을 강하게 성토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런던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자신의 사생활 및 인간관계를 파괴한 타블로이드를 비롯한 언론을 “비열하다”고 지칭했다.

해리 왕자를 비롯한 100명의 원고는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언론 대기업 ‘미러그룹뉴스페이퍼(MGN)’가 송고한 기사에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가 담겼다며 MGN을 고소했다. 영국 왕실 고위 인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한 건 130년 만에 처음이다.

MGN은 데일리미러와 선데이미러, 더피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해리 왕자는 “MGN의 매체들이 자신에 관해 작성한 기사 33건에 담긴 내용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입수한 것”이라며 “이 기사들은 내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그리고 파괴적인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태어날 때부터 언론의 적대감을 경험했다”며 “언론이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파괴하려 시도하고, 친구들과의 모임을 축소하고, 우울증과 편집증이 생기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 인해 플레이보이 왕자, 얼간이, 실패자, 중퇴자로 낙인찍혔다”고 덧붙였다.

해리 왕자는 “타블로이드가 나와 아내 메건의 사생활을 보도하며 증오와 괴롭힘을 선동했다”며 “돌이켜 보면 그들의 행동은 완전히 비열하다”고도 지적했다.

또 “누군가 이 광기를 멈추기 전까지 얼마나 더 많은 피가 타자기를 두드리는 손가락에 묻어야 하나. 많은 고통과 분노, 어떤 경우엔 의도치 않게 죽음까지 초래한 책임은 편집자와 언론에 있다”고 비난했다.

MGN은 불법 정보 수집을 인정한 사례에 대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MGN 측 변호인은 “해리 왕자가 겪은 고통은 MGN 산하 매체가 작성한 특정한 기사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인 언론 보도로 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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