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에 심장 ‘철렁’…진짜 전쟁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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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은 31일 오전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북한이 위성 탑재를 주장한 발사체를 쏜 것은 지난 2016년 2월 광명성호 이후 7년 만이다. 사진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는 모습. (뉴시스)

‘에엥~~~~~~~~~~~~~~~~~~’

오늘(31일) 아침,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받고 다들 심장이 ‘철렁’하셨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6시 29분께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발사된 우주발사체 1발을 포착했습니다. 이에 따라 백령도와 대청도에는 경계경보가 발령됐는데요. 백령도 일대에서는 사이렌이 20분 넘게 울렸고, 면사무소에서도 마을 방송으로 “경계경보와 관련해 주민들은 대피해 달라”는 안내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서울 시내에서도 느닷없이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이날 오전 6시 32분께 서울 지역에서는 경계경보 사이렌이 1분간 울려 퍼졌고, 5분여 뒤인 오전 6시 41분께 위급재난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서울시는 이 문자에서 “오늘 6시 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안내했습니다. 경계경보는 적의 지상공격 및 침투가 예상되거나 적의 항공기나 유도탄에 의한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됩니다.

잠도 덜 깬 상황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사이렌 경보와 구체적 정보가 없는 재난문자를 접하고 불안해진 시민들은 곧장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상황을 파악하려 했을 텐데요. 이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도 약 5분간 접속이 안 됐기 때문이죠.

행정안전부는 오전 7시 3분께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보냈고,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소식을 알린 합동참모본부도 “북한 발사체는 서해상으로 비행해 수도권 지역과는 무관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7시 25분께 “서울시 전 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린다. 시민 여러분은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란다”고 재공지했습니다. ‘오발령’이 아닌 ‘경계경보 해제’라고 밝혀 의문을 남겼죠.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일 순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다”라며 “안전에 타협이 있을 수 없으며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출근길, 혼돈에 빠졌던 시민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성동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황 모(26)씨는 “샤워 중 경보 알람에 놀라 다급히 뛰쳐나왔는데 황당했다”고 전했고, 영등포구에 거주 중인 김 모(39)씨는 “경계경보에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는지 묻기까지 했다”면서 “그런데 오발령이라니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죠.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 모(29)씨도 “출근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며 “(당초 위급재난문자에) 구체적인 정보가 빠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오발령 사실은 덮어두더라도, 재난문자에 경계발령 이유와 대피 방법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 오전 6시 32분부로 발령된 경계경보 문자가 9분이나 늦게 발송된 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계경보 발령이 사실이었다면 시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었단 겁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경계경보와 관련된 질문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실제 경계경보가 발령됐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정안전부 안내를 토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가 31일 남쪽으로 발사된 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경계경보가 내려지자 섬 내 진촌2리 대피소 문이 열려 있다. (연합뉴스)
실제 경계·공습 상황 행동요령은?…대피소 파악해둘 필요 있어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은 ‘민방공 경보(경계·공습) 시 국민행동요령’을 통해 위기 상황 행동 절차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경계경보는 화생방무기를 포함한 적의 항공기·유도탄 또는 지·해상 전력에 의한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되는데요. 공격이 임박하거나 진행 중일 때에 발령하는 공습경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경계경보가 발령되면 모든 행정기관은 비상근무 태세를 갖추고 경계를 강화하게 됩니다. 각 경찰서는 주민의 안전 보호, 교통통제를 시행하죠. 일반 국민은 즉시 대피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어린이와 노약자는 미리 대피하게 되는데요. 이 내용은 앞서 서울시가 보낸 경계경보 문자 내용과도 같습니다.

대피 전에는 화재의 위험이 있는 유류와 가스는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전열기 코드를 뽑아야 합니다. 또 화생방 공격에 대비해 방독면 등 화생방 개인보호 장비와 대체활용 가능한 장비를 점검해야 하죠.

이동할 때는 옥내외 전등을 모두 꺼야 하며, 특히 응급환자실이나 중요산업시설 등 운영 중단이 불가피한 곳은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차광막 등으로 완전히 빛을 가려야 합니다. 자동차도 불빛을 줄이고 천천히 운행하며 대피에 임해야 합니다.

만약 방사능이 누출됐다면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의 안내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우산, 비옷 등을 휴대해 피부에 비를 맞지 않는 게 중요한데요. 방사능은 인간의 감각으로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해선 안 되고 라디오, TV 등을 통해 나오는 정부 발표를 따라야만 합니다.

특히 거주지 주변 비상대피소를 미리 파악해둘 필요가 있는데요.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www.safekorea.go.kr)의 ‘민방위’ 카테고리에서 ‘대피소’를 누르면 전국 지역별 대피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민방위사태 발생 시 주민의 생명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에 공공 지정 지하 대피소를 설립한 바 있죠.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재난 안전 정보 포털 앱 ‘안전디딤돌’에서 서울 서초구 내 민방위대피소를 조회해봤다. (출처=‘안전디딤돌’ 앱 캡처)
가방엔 뭐 챙겨야 하나…재난 정보 앱 사용도 방법

생활필수품과 상비약품, 화생방 대비용품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자의 유통기한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교체하면서 관리해야 하죠.

비상용 생활필수품으로는 가급적 조리와 보관이 편한 쌀, 라면, 밀가루, 통조림 등(30일분)과 같은 식량·식수, 식기, 버너, 부탄가스(15개 이상), 담요와 내의, 건전지를 포함한 라디오, 휴대용 전등, 양초, 성냥 등이 꼽힙니다.

소독제, 해열진통제, 소화제, 지사제, 화상연고, 지혈제, 소염제와 핀셋, 가위, 붕대, 탈지면, 반창고, 삼각건 등 가정용 상비약품도 준비해둬야 합니다. 화생방 공격 등에 대비해 방독면이나 수건, 마스크, 방독장화와 장갑 또는 고무장화와 장갑, 피부를 세척할 수 있는 비누나 합성세제, 창틀, 문틀을 밀폐하기 위한 접착테이프 등을 챙길 필요도 있죠.

재난 정보를 제공하는 앱 등을 통해 재난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대표적인 앱으로는 ‘안전디딤돌’이 있는데요. 안전디딤돌은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재난 안전 정보 포털 앱으로, 긴급재난문자와 국민행동요령, 대피소와 병원 위치, 재난뉴스 등을 제공합니다. 메인 화면에서 ‘대피소 조회’를 선택하면 민방위대피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31일 위급재난문자 내역.
북한 “빠른 시일 내에 제2차 발사할 것”…체계적 대응 주문 목소리 ↑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7일 ‘광명성호’ 이후 7년 만입니다.

앞서 북한은 31일 오전 0시부터 내달 11일 오전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하면서 1단 로켓 낙하지점으로 ‘전북 군산 쪽에서 서해 멀리’, 페어링(위성 덮개) 낙하지점으로는 ‘제주도에서 서쪽으로 먼 해상’ 등을 꼽은 바 있는데요.

미리 통보한 정식 예고기간 첫날 호기롭게 발사체를 쏘아 올렸지만, 궤도 진입은커녕 추진력을 잃고 서해에 추락했습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체를 쏜 지 2시간 30여 분만인 오전 9시 5분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죠.

국가우주개발국은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는데요. ‘천리마-1’로 명명한 위성운반로켓의 엔진과 연료에 사실상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인정한 겁니다. 기술적 준비를 완벽히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를 서둘렀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앞두고 상반기까지 ‘위성발사 성공’에 따른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상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를 소집해둔 터라, 이를 위성 발사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로 삼으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죠. 여기에 최근 누리호 발사에도 성공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일정을 경쟁적으로 의식한 것도 발사를 서두른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쏜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부유물을 해상에서 인양해 공개했는데요. 군에 따르면 인양한 부유물은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군은 나머지 발사체 잔해를 수거한 뒤 전반적인 성능과 기술 수준, 외국산 부품 사용 여부 등을 파악할 예정입니다.

북한은 이번 발사체 발사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행안부, 서울시 등이 안내에 혼선을 빚으며 국가가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는데요. 경계경보 발령 등과 관련한 시스템 점검에서 나아가 북한 측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고 평화 저해 행위를 규탄하는 등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 강도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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