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최초 디즈니 애니감독 ‘엘리멘탈’ 피터 손 “외국인 혐오 있었지만...”

입력 2023-05-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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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엘리멘탈'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터 손 감독이 손으로 하트모양을 그려보이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부모님은 60년대 말 70년대 초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셨어요. 식료품 가게를 하셨는데 손님이 정말 다양했죠.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3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피터 손 감독은 “아버지는 영어 한마디 못 하셔도 (손님 마음을) 금방 이해하고 필요한 걸 도와주셨다”면서 “인종의 다양성, 사람의 다양함 같은 가치를 자라면서 피부로 너무나 많이 느꼈기에 이 영화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 달 14일 국내 개봉하는 디즈니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등 4가지 원소들이 모여 사는 거대도시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애니메이션이다.

먼 땅에서 건너온 이민자 불의 가족의 일원인 앰버(레아 루이스)는 부모님이 평생에 걸쳐 일궈온 슈퍼마켓을 물려받으려 하지만, 때마침 불법행위 조사를 나온 당국의 직원 웨이드(마무두 아티)로부터 각종 위반 딱지를 받게 된다.

부모님의 헌신 그 자체였던 가게가 폐업 위기에 놓이자 앰버는 불의 공동체와는 전혀 상성이 맞지 않는 물의 일원 웨이드를 쫓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물을 맞으면 불꽃이 꺼져버리는 불 앰버, 불이 닿으면 끓어올라 증발해 버리는 물 웨이드의 만남에서 예상치 못한 화학작용이 생겨나는 건 물론이다.

▲'엘리멘탈' 스틸컷 속 앰버(왼쪽)과 웨이드(오른쪽)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피터 손 감독은 이날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자신의 유년기 경험을 작품에 녹였다고 했다.

극 중 불의 종족이 거주하는 ‘파이어타운’은 미국 본토에 공동체를 세운 아시아 이민자 거주지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외국인 혐오나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타지 정착에 헌신하는 부모나 그들에게 부채감을 지닌 채 성장하는 이민자 2세 등이 전형에 가까운 형태로 묘사된다.

피터 손 감독은 “어릴 때 자란 뉴욕은 여러 민족 공동체가 잘 섞여 살던 곳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잘 섞이지 못하기도 하는 곳이라 외국인 혐오나 차별도 종종 있었다”고 기억하면서 “그럴 때 어떻게 해야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담으려 했다”고 작품 취지를 강조했다.

두 캐릭터의 격동적인 감정 변화와 화학작용을 애니메이션 효과로 표현하기 위한 노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쉽게 분노가 폭발하는 불 앰버의 일렁임, 이동에 제약이 없는 물 웨이드의 유연한 움직임 등 멈추지 않는 원소들의 존재감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려 노력했다.

그는 “감정 표현이 관건이었다”면서 “물 웨이드가 불 앰버에 닿아 끓어오를 때의 느낌은 닭살 돋는 것처럼 표현해야 하나? 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하면 애니메이션 효과로 인간적인 공감을 끌어낼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피터 손 감독은 디즈니 유명 애니메이션 ‘업’(2009)의 주인공인 아시아계 소년 러셀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언론 대상 기자회견 무대에 짧게 올랐던 그는 “(’업’ 제작 당시) 모자를 쓴 통통한 아시아 어린이 역할을 준비하는데 나를 보더니 바로 ‘그래, 피터 손이네!’ 하면서 모델로 삼은 걸로 알고 있다”는 일화를 유쾌하게 웃으며 전한 바 있다.

미국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던 그는 2016년 ‘굿 다이노’로 디즈니 최초의 한국계 크리에이터로 데뷔했고, 올해 부모님의 고향인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완성한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선보인다.

피터 손 감독은 "미국 테스트 상영 당시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이민자 이야기를 녹인 점에 감동 받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부모님은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이곳에서 자란 두 분의 애정과 사랑을 영화에 담아낼 수 있어 각별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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