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EV용 배터리 양산 계획
中 저가형 넘은 기술 맹추격에
K배터리 R&D 투자 확대하며
프리미엄ㆍ가성비 투트랙 공략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받던 중국산 배터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두 배 이상 늘린 초고밀도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기술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29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는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에서 전기 항공기용 고밀도 배터리인 ‘컨덴스드(condensed) 배터리’를 선보였다.
컨덴스드는 우리말로 ‘응축된’ 정도로 해석된다. CATL은 컨덴스드 배터리가 최첨단 응축형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가 ㎏당 500와트시(Wh)에 달한다고 밝혔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이론적 최대 에너지 밀도는 ㎏당 495Wh다. CATL의 주장대로라면 전고체 배터리에 맞먹는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해낸 것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한계는 ㎏당 255Wh 수준인데 그 두 배에 가까운 용량이다.
컨덴스드 배터리는 리튬이온과 전고체 배터리의 중간 단계인 ‘반고체 배터리’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은 해당 배터리를 전기 항공기용 배터리라고 소개했다. 연내에 전기자동차(EV)용 컨덴스드 배터리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CATL 측은 “컨덴스드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 항공기의 새로운 전동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며 “전기 항공기 개발을 위해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저가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왔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을 무기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왔다. 그러나 저가형과 프리미엄으로 양분됐던 배터리 시장의 경계는 점차 흐려지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업체들은 기술력에서도 한국 배터리 3사를 무서운 속도로 쫓고 있다. 에너지 밀도를 크게 늘린 컨덴스드 배터리를 개발하는가 하면 값싼 소듐(나트륨)을 원료로 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도 개발했다. 고성능 배터리의 품질은 높이고, 저가형 배터리의 가격은 더욱 낮추며 기술과 가격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며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고 있다. 각 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1분기 R&D에 총 6196억 원을 투자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 4896억 원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26.6% 늘었다.
국내 3사 중 가장 큰 비용을 투자한 곳은 삼성SDI로 올해 1분기에만 3088억 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19.6% 증가한 금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3.2% 늘어난 2262억 원을, SK온은 77.4% 늘어난 846억 원을 투자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는 동시에 LFP(리튬·인산·철) 등 저가형 배터리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가성비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자 LFP 배터리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이 개발한 컨덴스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기존 한국이나 일본 업체가 개발한 것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물론 컨덴스드 배터리의 실체가 뭔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지만, 중국 배터리 기술이 몇 년 사이에 약진하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