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에르도안 재선 성공...리라 가치 사상 최저치 경신

입력 2023-05-29 12:56수정 2023-05-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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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결선서 승리, 30년 집권 길 열려
러시아 등 우방은 즉각 환영
나토와 불편한 동거는 계속
정통적 경제정책 회귀 기대 시장에 찬물
모건스탠리 “리라 가치, 29% 폭락 위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연설을 하고 있다. 앙카라/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30년 집권의 길을 열었다. 러시아 등 우방국은 에르도안의 승리를 반겼지만, 정권 교체를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감에 요동쳤다.

29일 CNN방송에 따르면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인 최고선거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2차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99.43% 기준 에르도안 대통령이 득표율 52.14%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1차 대선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2차 결선을 치른 에르도안 대통령은 야권 단일 대표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47.86%)와의 1대 1일 대결에서 승리했다.

의원내각제 시절인 2003년 총리로 국가 통치를 시작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제로 바뀐 지금까지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승리로 30년 집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선 연설에서 “우리(지지자)만의 승리가 아니다. 승자는 튀르키예”라며 “모든 논쟁과 갈등을 제쳐두고 이젠 국가적 목표와 꿈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우선순위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고, 또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5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대지진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지자들이 28일(현지시간)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이스탄불/AP뉴시스
러시아와 리비아, 이란, 헝가리 등 우방국 정상들은 가장 먼저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튀르키예와의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게 됐다.

현재 에르도안 정권은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 일례로 쿠르드족 지원 문제를 놓고 스웨덴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도 반대하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핀란드의 가입을 승인하는 등 세력 확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튀르키예가 반기를 든 셈이다.

이런 모습은 러시아와 미국 정상의 당선 축하 메시지에도 녹아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성명에서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노력에 대해 튀르키예 국민이 지지한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환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토 동맹국으로서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통적인 통화정책 회귀를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다소 비전통적인 경제 논리를 펼쳐왔다.

당장 리라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달러·리라 환율은 28일 장 초반 20.0827리라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20리라 선 안팎을 넘나들었다. 이는 26일 기록했던 장중 역대 최고치(리라 가치 최저치) 20.1216리라에는 못 미치지만, 같은 날 찍은 종가 기준 최고치 20.06리라를 웃도는 것이다.

리라 가치는 연초 이후 6% 넘게 하락했고 10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낙폭은 90%를 넘는다. 모건스탠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금의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경우 리라 가치가 29% 폭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볼팡고 피콜리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놓고 정통적 경제 정책을 수용할 것 같진 않다”며 “그러나 내년 3월 지방선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지금의 이단적 접근법 일부를 조정할 수도 있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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