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 니콜라, 결국 상폐 수순?…서학개미들 어쩌나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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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니콜라 공식 인스타그램)
미국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가 상장 폐지 기로에 섰습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라는 이날 나스닥으로부터 상장 폐지 경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나스닥 측은 30영업일 연속으로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나타나는 종목에 대해 상장 폐지 경고를 통보하는데요. 니콜라 주가는 지난달 12일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뒤 한 달 넘게 1달러 미만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상장 폐지 경고를 받았어도 주식 거래가 당장 정지되는 건 아닙니다. 나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경고일로부터 180일 이내 보통주 종가를 1달러 이상으로 만들고 이를 10영업일 연속으로 유지하면 폐지 위기를 면할 수 있죠. 이에 니콜라는 올해 11월 20일까지 10영업일 연속으로 주가 1달러 이상을 기록해야 하는데요. 문제는 최근 전기차 부문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겁니다.

한때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며 시장에서 화제를 빚었던 니콜라. 그러나 지금은 서학개미들의 초조함을 자아내는 ‘상폐 위기’에 진입한 모습인데요. 촉망받던 기업의 주가 폭락 원인부터 니콜라가 타개해야 할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트레버 밀턴 전 니콜라 CEO. (AP/뉴시스)
한때 포드 자동차 시총도 뛰어넘었지만…힌덴버그 폭로로 ‘제동’

트레버 밀턴이 2015년 설립한 니콜라는 2020년 6월 4일 차량·에너지 투자회사 벡토아이큐(IQ)과 합병을 통해 뉴욕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전기 배터리와 수소 연료로 가는 대형 트럭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는 전기차 붐이 일던 당시 시장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니콜라는 하루에만 주가가 2배 넘게 뛰는가 하면, 상장으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시가총액 288억 달러(한화 약 34조2500억 원)를 달성했죠. 이는 120년에 달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제친 수치였습니다.

놀라운 건 당시 니콜라가 내놓은 제품이 한 개도 없었다는 겁니다. 니콜라는 2021년 트레일러 운반 트럭을 출시하겠다는 계획만 발표한 상태였죠. 실제 발생한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이 제너럴모터스(GM)에 이은 미국 2위 자동차 회사 포드의 시총을 앞지른 건데요. 이는 수소차 상용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과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니콜라는 GM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수소차 생산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면서 주가가 장 중 40% 폭등하기도 했죠. 니콜라는 GM의 수소연료전지와 기타 부품들을 이용해 2022년 말부터 첫 수소 픽업트럭인 배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2023년부터는 수소 상용차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이후 선주문 받은 것만 매출 1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호조만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몰락도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미국 공매도 전문 리서치업체 힌덴버그리서치가 같은 해 9월 니콜라와 기술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건데요.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수소 트럭을 제조할 기술이 전혀 없고, 과거 발표한 시제품 및 자료는 전부 조작됐으며 관련 증거까지 확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힌데버그는 니콜라가 공개한 전기 트럭의 주행 영상 역시 조작됐다고 밝혀 화제를 빚었는데요. 앞서 밀턴은 수소로 움직이는 트럭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제대로 작동하는 완성차”라고 홍보한 바 있습니다. 니콜라 측이 트럭이 주행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트럭을 언덕 위에서 굴렸다는 겁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니콜라는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힌덴버그가 제기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해명했습니다. 가장 논란이 컸던 ‘수소 트럭 주행 영상을 찍기 위해 언덕 위에서 트럭을 굴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트럭이 스스로 추진력을 지니고 움직인다고 밝힌 적이 없다”며 “영상은 제3자가 광고 목적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논란을 인정한 건데요. 실제 능력을 과대 포장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밀턴은 사임 의사를 밝히고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 니콜라가 부인했던 사기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니콜라가 선보인 트럭은 연료 전지나 수소가스저장 탱크를 장착하지 않은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것과, 언덕에서 내리막길을 굴러가는 트럭을 마치 자체 동력으로 주행 중인 것처럼 위장한 사실이 밝혀졌죠.

밀턴은 지난해 10월 완성되지 않은 기술을 앞세워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사기죄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테슬라 로고. (AP/연합뉴스)
실적까지 참담…전기차 회사들 ‘가격 경쟁’ 치열한데

힌덴버그의 폭로 이후 니콜라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참담한 실적까지 기록하면서 지난해 주가는 약 78%, 올해 들어서는 72%가량이 떨어졌죠.

니콜라는 올해 2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기 트럭 20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는데요. 4분기에 생산한 전기 트럭은 133대였습니다. 매출도 초라했는데요. 지난해 매출은 660만 달러(한화 약 86억 원)로 시장 예상치 3210만 달러를 크게 벗어났고 흑자 전환에도 실패, 한때 60달러를 넘던 주가는 2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업공개(IPO) 직후였던 2020년 6월 주당 94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동전주’ 대열에 들게 된 겁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니콜라는 이달 9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추정치보다 더 악화한 1억6910만 달러의 순손실을 알렸습니다. 보유 현금도 하락세를 이어가 올해 3월 말 기준 1억2110만 달러로, 지난해 말(2억3340만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죠.

참담한 성적표에 나스닥의 상장 폐지 경고까지 받아 든 니콜라는 주가가 20.27% 폭락했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어려움을 겪는 다른 전기차 회사처럼 주식 매각을 통해 운영비 조달을 시도하고 있고, 전날에는 주주들에게 내달 주주총회에서 주식 수를 늘리는 데 동의해 달라고도 요청했죠. 또 북미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이탈리아 트럭 제조업체 이베코 그룹과의 유럽 합작사업을 중단했고, 애리조나주 쿨리지 공장의 생산도 중단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니콜라의 전략을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이미 전기차 시장에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세계 전기차 시장의 ‘챔피언’ 테슬라는 올해에만 전기차 가격을 6번 인하하면서 판매량 증가를 꾀했습니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 분석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가 올해 1분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로 나타났습니다. ‘모델Y’는 1분기에 26만7200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약 69%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 테슬라는 2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는 3300만 원 수준의 보급형 신차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테슬라의 소형 모델 ‘모델3’는 6000만 원대인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가격이죠. 이는 가칭 ‘모델2’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 3월 테슬라 ‘투자자의 날’, 그리고 16일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표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소문에 그쳤습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는 올해 소형 전기차 ‘시걸’을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가격은 불과 1300만 원 선으로 알려졌죠. 여기에 세계 2위 완성차 그룹 폭스바겐도 수년 안에 3000만 원 이하 전기차를 내놓기로 했고, GM도 올해 하반기 3900만 원가량의 이쿼녹스 EV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기아는 내년부터 소형 전기 모델 ‘EV3’ 생산에 들어가고, 경차 모델인 기아 ‘레이’와 현대차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도 올해와 내년에 걸쳐 공개합니다.

이렇듯 전기차 업계에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후발주자인 니콜라가 실적을 개선하는 것도, 상장 폐지 위기를 타파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편, 니콜라는 이날 58센트까지 주저앉으며 신저가를 다시 썼고, 전날(0.77센트)보다 15센트 빠진 62센트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서학개미들은 “더 떨어질 곳도 없다”며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인데요. 과연 니콜라는 11월 20일까지 10영업일 연속 1달러 이상을 기록해 상장 폐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치열한 시장 경쟁 속, 기업이 꾀할 생존 전략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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