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칼럼] 원격의료의 도입과 그 전망

입력 2023-05-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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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디지털금융법포럼 부회장)

원격의료, 코로나19 계기로 논의 증폭
WHO 종식선언에 비대면 종료 분위기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의미 있어
“대면‧비대면 진료 병행” 주장 힘 실려

코로나19는 세계 전 지역에 아주 짧은 기간을 두고 퍼져나갔고, 이러한 팬데믹은 생산활동‧경제활동 및 사회활동 등 우리 모두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코로나19는 2002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2년 발생한 메르스(MARES‧중동호흡기증후군) 등과 비교했을 때 치사율은 낮지만 전파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는 어느 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고 있는 전 세계 대유행, 이른바 팬데믹 사태를 야기하면서 예전과 다른 교육과 경제 및 사회구조의 변모를 요구하고 있다.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논의는 이 시기에 더욱 증폭됐다.

원격의료의 기원은 1877년 미국의 의사들이 약국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전화 교환장치의 사용에서 찾을 수 있다. 원격의료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로 볼 수 있는데 지형상 방대한 국토의 크기와 사막, 산악, 극지 등의 격지나 오지가 많은 관계로 군부대의 군인이나 교도소의 수형자 또는 재난지역의 피난민 등이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들의 진료와 건강권 보호를 위한 방편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현대적 의미에서 원격의료의 효시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원격의료 도입은 2003년에 방사선과 의사들이 자택이나 원격지에서 영상자료를 판독하는 업무로 볼 수 있다. 의사와 환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서 통신수단을 사용하여 행하는 원격의료는 대면적 의료행위에 대비되는 개념에 해당한다. 비대면 의료행위인 원격의료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보통신(IT) 기술의 첨단화와 발달로 인해 비대면 상황에서도 대면 상황과 유사하게 소리, 영상, 의료 장비로 측정된 자료들은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의료행위는 의사와 환자가 같은 장소에서 서로 만난 상태에서 행하여야 하는 대면진료가 원칙이다. 환자를 대면한 의사는 환자의 증상 등을 물어보는 문진으로부터 시작해 환자의 신체 상태를 파악하게 되고, 시진·청진·촉진·타진 등을 이용해 의사는 환자를 마주 보고 진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이 부분을 잘 반영하고 있는데,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진단서 등을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33조 제1항에서는 의사는 개설한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장소적 제한을 두고 있다. 다만 의사-의료 인간 원격의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의료법 제34조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원격의료를 인정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원격의료장비를 통해 수집한 각종 음성파일‧동영상‧전자파일 자료를 화상통신‧스마트기기‧컴퓨터 등을 활용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원격지의 의사에게 전달하는 기술을 이용한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환자를 진료하는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비대면성과 원격기술 의존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원격의료는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병원 내 통신망인 의료영상전송시스템(PACS)을 거쳐 환자의 의료영상을 촬영한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진단 자문을 구하는 ‘원격진단’, 의사들이 화상회의를 진행해 환자의 치료방법을 교류하는 ‘원격자문’, 무선통신이나 스마트폰 또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영상전송 데이터 전송을 통해 치료지침을 제공하는 ‘원격진료’, 환자모니터링시스템 등의 원격의료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가 집에서 진료를 받은 ‘재택진료’, 의료인 또는 환자에 대한 ‘원격의료교육’, 인터넷을 활용한 ‘의료상담’ 및 ‘사이버병원’ 등은 모두 원격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원격진로의 도입 여부에 있다.

이달 5일 국제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사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국제보건기구의 코로나 종식 선언으로 우리 정부는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면서,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러한 완화 선언으로, 2020년 코로나 심각 단계 감염병 위기 경보를 발령하면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종료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이 최근 국회에서 모색되고 있다. 가벼운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직접 의사를 방문하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 비대면 진료의 핵심이나, 제출된 법안들은 초진이 아닌 재진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초진 환자를 제외하고 재진 환자로만 한정하는 법안은 비대면 진료의 실효성을 반감하는 방식에 해당한다. 비대면 진료 90%가 초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스타트 기업인 플랫폼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과 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고 편의성이 제고되고 있다. IT 기술의 발전은 의사가 환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원격의료의 제도적 도입에서부터 인공지능을 통한 환자에 대한 진료, 더 나아가 인공지능 의사의 출현 등은 환자의 편리성 제공과 함께 인간 생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대면 진료행위를 주장하는 의사의 입장은 환자의 안전성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기술의 급진적인 진보는 환자의 안전성을 더욱 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면 진료와 함께 비대면 진료의 병행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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