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본투표 디데이...군부 정권 연장 vs. 민정 복귀

입력 2023-05-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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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타이당의 패통탄 친나왓 총리 후보가 1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방콕/AP뉴시스

태국에서 14일(현지시간) 오전 4년 만인 총선 투표가 시작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약 6600명이 입후보한 이번 선거에서는 총 500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지역구에서 400명, 비례대표로 100명을 뽑는다. 임기는 4년이다.

유권자들은 각자 2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한 장은 후보들 중 1명을, 또 다른 산 장은 선호 정당을 투표하게 된다. 투표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선거관리위원회는 오후 11시께 비공식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8세 이상 유권자 5200만 명 가운데 약 230만 명은 지난 7일 사전투표해 이날 선거 투표율은 9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태국에서는 2019년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이 치러졌으나, 쿠데타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쁘라윳 짠오차이 다시 총리로 선출되면서 군부 정권이 연장됐다.

현재 두 야당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가 지난 3일 발표한 정당별 지지율에 따르면 제1야당 푸아타이당이 38% 지지율을 확보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야권의 또 다른 축인 전진당(MFP)이 33%로 2위를 차지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총리 후보로 나선 제1야당 푸아타이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쿠데타로 축출돼 해외 도피 중인 탁신은 프아타이당의 승리 후 귀국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야권의 또 다른 축인 진보정당 전진당(MFP)은 왕실모독죄 개정과 징병제 폐지 등 개혁적인 공약을 내걸어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입헌군주제인 태국에서는 국왕의 권위가 강하고, 왕실의 비판과 개혁은 오랜 기간 금기시돼 왔다.

반면에 쁘라윳 총리의 루엄타이쌍찻당(RTSC)과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의 팔랑쁘라차랏당(PPRP) 등 친(親)군부 정당의 의석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민주 계열'로 분류되는 야권이 정권을 잡으려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야 한다.

군부가 2017년 개정한 헌법은 과도기 조항으로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이 총선 후 5년간 총리 선출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규정은 2019년에 이어 이번 총선까지 적용된다. 즉 상원의원은 친군파에게 유리한 구조다.

이에 야권이 정권을 잡으려면 상·하원 전체 의원의 과반인 376개의 의석이 필요하지만, 친군파를 포함한 연립여당은 126개 의석만 확보하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 야권이 연립정부를 구성해도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이번 총선으로 민정이 복귀되면 당분간 군부의 정치개입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총 19차례 쿠데타가 일어났다. 총선 이후 정치상황이 또다시 혼란에 빠지게 되면 쿠데타가 정당화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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