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간인 학살 다룬 '송암동'...이조훈 감독 "군인 신상 특정돼...아직 살아있어"

입력 2023-05-08 17:35수정 2023-05-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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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보자에 의해서 (민간인 다수를 학살한 군인이) 누구인지 특정돼 있는 상황이다. 신상을 파악해보니 아직 살아계시다.”

▲8일 오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송암동' 특별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이조훈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훈프로)

1980년 5월 24일, 광주 송암동 효천역 부근에서 국군이 민간인 십여 명을 학살했다. 도청 시내를 중심으로 벌어진 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국군 일부가 남쪽 송암동을 거쳐 피난 중이던 시민과 인근 주민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

8일 오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특별공개 형식으로 언론에 공개된 ‘송암동’이 다루는 내용이다. 극 중에는 시민을 사격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는 후임 대신 직접 총을 쏴 민간인 십 수 명을 죽게 한 실존 군인 역할도 등장한다.

이날 상영 뒤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조훈 감독은 "실제 그분이 실제로 그렇게 했는지는 (복수의 증언과 조사를 통해)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제보자의 증언이 확실히 진실인 것 같다고 판단하고 영화에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송암동'은 1980년 5월 송암동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의 비극을 극으로 재현한 영화다. ‘서산개척단’(2018), ‘광주 비디오: 사라진 4시간’(2020) 등의 다큐멘터리로 국가폭력의 어두운 면을 추적해온 이조훈 감독이 송암동 사건의 피해자를 취재해 사진이나 영상 등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당시 상황을 알기 쉽게 재현했다.

▲'송암동' 포스터 (㈜훈프로)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5월 중 특별공개 형태로 이날 언론을 만난 이 감독은 “도청 앞 집단발포로 인한 학살도 중요하지만, 송암동 사건을 조사하면 당시 광주에서 일어났던 민간인 학살을 더 밝혀내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고 작품 연출 배경을 전했다.

이 감독은 “2020년 겨울, 사건 당시 대위였던 분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로 제보를 해왔다”면서 “2021년 초부터 송암동 사건 피해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2년 동안 계엄군이었던 이들을 포함해 (관련자) 약 100여 명을 계속해서 찾아다녔다”고 제작 과정을 밝혔다.

이 감독은 2020년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으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다수를 취재해 시민대상 발포 직전 4시간의 영상기록이 사라진 상태라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합류해 송암동 사건을 새롭게 접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연출한 ‘송암동’에는 동네에서 뛰어 놀던 어린이 전재수 군, 청소년 방광범 군 등 당시 사건으로 사망한 실제 피해자 상황이 구체적으료 묘사된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의 90%는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의 증언이 담긴) 영상을 활용한 만큼, 영화를 본 분들이 그들의 증언을 그대로 재구성했다는 점을 느꼈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송암동 사건에서는 계엄군간 오인 교전도 중요한 맥락으로 지목된다. 당시 송암동 목포방향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구축 중이던 전투교육사령부대는 국군의 발포를 자신들을 향한 것으로 오인하고 대응하는데, 이로 인해 공수부대원 9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당한다.

‘송암동’ 제작사 훈프로 측은 당시 공수부대가 ‘보복’ 명목으로 시민들을 폭행하고 체포하거나 사격해 학살했다고 설명한다.

이 감독은 “송암동 피해자들이 나서기를 싫어하시고 (계엄군 등) 당사자들도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려 해 조사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언론이 취재와 탐사로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송암동’은 올해 하반기 극장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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