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기밀유출, 뉴스보고 알았다...미국 사전설명 없었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24일 전쟁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우크라이나)/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 유출 논란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수도 키이우 집무실에서 WP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젤렌스키는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유출과 관련된) 정보가 없었고, 개인적으로도 없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백악관과 미국의 평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초 미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이 온라인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국방부 기밀 문건을 대량 유출했다.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력과 봄철 대반격 계획, 무기 부족, 전선 상황은 물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전쟁 1년이 되는 지난 2월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다가 미국의 개입으로 중단했다는 등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특히 미 정보기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감시활동을 벌인 정황도 문서유출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기밀 문건 유출이 양국 간의 신뢰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우리나라를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다“면서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 미국의 전쟁 지원에 잠재적인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WP는 그가 때로 격분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망 상황 등 유출 문서에 담긴 정보의 진위에 대해 “어떤 것은 과장됐고 어떤 것들은 그저 스캔들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든 적에게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것은 우리에게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기밀문서 등이 유출돼 자신의 삶이 복잡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일단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영토를 탈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WP와의 인터뷰 내내 유출된 정보의 진위를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고 ‘민감한 정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민감한 정보’라고 대답하면 해당 문서들이 진짜라는 의미가 된다”면서 “제발 나와 장난은 그만 두라. 나는 전쟁 중인 국가의 대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