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3년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벤처 숨통 트이나 [종합]

입력 2023-04-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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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벤처기업계 숙원 제도인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로 8부 능선을 넘은 데 이어 이날 본회의까지 통과하면서 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2020년 논의가 본격화된지 약 2년 5개월 만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복수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창업자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경영권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업계에선 경영권 침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 방어 장치인 셈이다.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 된 건 지난 2020년이다. 그 해 6월 양경숙 의원안을 시작으로 이영(2020년 8월), 김병욱(2021년 5월), 윤영석(2021년 11월)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정부도 2020년 12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번에 통과된 복수의결권 제도는 4개의 여야 의원안과 정부안을 병합해 우려 지점을 최소화한 개정안이다. 2020년 총선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었고, 윤석열 정부도 복수의결권 도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여야가 제도 도입에 공감대를 이뤄왔다는 의미다. 현재 복수의결권은 현재 미국과 영국, 인도, 중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회 문턱 넘기까지 3년인데...반대론 여전

여야가 제도 도입에 동일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복수의결권은 3년 가까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었다.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반대론의 핵심은 모태펀드 및 벤처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와 재벌 세습 악용 등이다. 정부 모태펀드를 활용한 벤처캐피털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 지급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창업자의 의결권이 축소되는 일몰조항을 삭제하는 논의가 이뤄질 경우 형평성 때문에 재벌기업에도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재벌 세습에 악용될 가능성 때문에 제한 조항을 만든 것 아닌가"라며 "도덕적 해이와 벤처버블도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 역시 복수의결권을 재벌·대기업 특혜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봤다.

전날 법사위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 직전에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복수의결권 허용은 1주 1의결권 원칙을 훼손하고 최근 많은 사람 요구하는 소액주주 보호 원칙도 위반한다"며 "오늘 통과된다고 해도 반대의사가 분명하다는 점 말씀드리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복수의결권은 부의 편법적 세습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지배주주 독점기업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우 의원 역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본회의에선 반대표가 44표, 기권표가 43표가 나왔다. 마지막까지 부정 여론이 만만치 않았던 만큼 제도 도입 후에도 실효성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같은 우려와 관련해 이영 중기부 장관은 "과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법이 통과될 때 같은 논리가 있었지만, 작년에 5개 CVC가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그런 우려는 없다"며 "제도적인 부분으로 얼마든지 보완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협회 측도 "상법 1주 1의결권 원칙과의 상충을 우려하는데, 이미 상법에는 대주주 3%룰 및 무의결권주식 등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가 존재한다"며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도 "발행된 복수의결권주식의 존속기한은 최대 10년이며, 상장 시 최대 3년으로 축소되고 존속기한이 경과한 복수의결권주식은 보통주로 전환된다"고 강조했다.

잠자던 복수의결권 왜 통과됐나

반대론에 막혀 계류를 거듭하던 복수의결권이 국회 문턱을 통과한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벤처투자 시장의 침체가 큰 역할을 했다. 국내 벤처·스타트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고, 올해 2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사태가 가세하면서 자금경색은 한층 더 심화했다. 실제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급감했다. 중기부는 벤처투자 시장의 꺼진 불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일 금융위와 합동으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벤처·스타트업에 10조 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이 골자다. 복수의결권 통과 역시 경쟁력 강화 방안에 포함됐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벤처기업협회 )

숙원 푼 벤처업계 '환영'...이영 "벤처업계 숨통"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11개 협·단체가 모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혁신단체협)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크게 환영했다. 번체업계는 복수의결권이 전날 법사위를 통과하고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자칫 본회의에서 막혀 법안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 때문이다. 이날 오전 혁신단체협는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혁신단체협은 "국회와 행정부의 노고에 3만5000 벤처기업과 83만 종사자를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회가 복수의결권 제도를 통과시킨 것은 대한민국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벤처기업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 통과로 벤처기업들은 경영권 위협 없이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세계시장으로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도 “복수의결권 제도가 현장에 조속히 정착・활용돼 벤처기업이 기술혁신과 기업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벤처 강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에서도 활발히 활용되는 제도로 투자유치와 경영권 불안이라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벤처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며 "고성장 벤처기업들이 미국 등 복수의결권 제도를 가진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우리 자본시장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본회의에서 처리된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정부 이송 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며, 6개월 후인 10월께 본격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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