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삼성전자, 반도체 최악 적자에도 R&Dㆍ시설투자 '역대 최대'

입력 2023-04-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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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6.5조, 시설투자 10.7조 집행…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 나서
"레거시 중심 의미 있는 규모 반도체 감산…2분기 재고 줄어"
칩스법, 미 정부와 개별 협상 적극 동참…DDR5ㆍHBM3 수요 대비
"갤 A 시리즈 글로벌 메가히트 모델로, 폴더블폰 출시 미리 준비"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매서운 반도체 한파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분기 영업실적에도 역대 최대의 연구개발(R&D)ㆍ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긴축 경영을 지속하고 있으나 올해 전체 시설 투자규모는 지난해 53조 원 수준을 유지해 선단(첨단) 공정과 고부가제품 비중을 늘리고 미래 기술 확보에 나선다.

삼성전자 서병훈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27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에 사상 최대인 6조580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며 "시설투자도 10조7000억 원으로 1분기 기준 최대치"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시설투자액의 대부분인 9조8000억 원을 반도체 부문에 집행했다. 1분기 최악의 반도체 영업손실(4조5800억 원)에도 투자를 늘린 것은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미래 경쟁력을 위해 지금부터 투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캐펙스(설비투자)는 유지하며 R&D 비중은 지속해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택 3기(P3)와 4기(P4) 라인 위주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 중장기 수요 성장세에 적기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또 "최근 메모리 개발 난도가 급격히 상승해 선단 제품의 적기 개발과 품질 강화를 위해 R&D 단계에서 투자를 강화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의 인위적인 감산 기조를 이어간다. 다만 미래 시장을 이끌 첨단 제품의 생산량은 그대로 유지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7일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한 것은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김 부사장은 "중장기 수요 대응이 충분한 레거시(구형)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 규모는 의미 있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2분기에 재고 수준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에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생산 전략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DDR5ㆍLPDDR5x, HBM(고대역폭메모리), CXL(컴퓨터익스프레스링크) 등 AI(인공지능), 서버용으로 쓰이는 차세대 반도체의 기술 리더십 강화에 나선다.

김 부사장은 "AI 시장 니즈와 기술 트렌드에 맞춘 고성능·용량 제품을 적기에 제공하기 위해 이미 주요 고객사에 HBM2와 HBM3 제품을 공급해왔다"며 "HBM3 12단 24GB(기가바이트) 제품에 대한 고객사 샘플을 제공 중이며 양산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반기에 데이터저장 용량을 높인 차세대 HBM3P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기봉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모바일, HPC(고성능컴퓨팅)에 쓰이는 최고성능 제품 수주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근간으로 하는 3나노 2세대 공정의 안정적 개발을 토대로 신규 고객 수주를 확대하고 2025년 양산 목표인 2나노 공정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해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지정학적 리스크 중 하나인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협상에 나선다. 서병훈 부사장은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구체화한다고 밝혔다"며 "삼성전자도 이런 절차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분기 3조9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반도체 부문의 부진을 메운 MXㆍ네트워크사업부는 2분기에 '갤럭시 S23 시리즈' 출시 효과를 이어가고 하반기 차기 '갤럭시 Z 시리즈'를 통해 수익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다니엘 아라우조 모바일사업부 상무는 "1분기 갤럭시 S23 시리즈 중에서도 최상위인 울트라 모델의 판매 비중이 확대됐다"며 "2분기에는 저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수요 회복이 예상됨에 따라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A54’, ‘갤럭시 A34’ 등 A 시리즈의 주요 스펙을 높여 글로벌 메가히트 모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폴더블폰의 인지도를 계속 높여가며 신모델(갤럭시 Z 플립5ㆍ폴드5) 출시를 미리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강화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최권영 부사장은 "전기차 등 차량 내부가 전면 디스플레이로 디자인되고 있다"면서 "언더패널카매라, 폴더블 적용 기술을 차량용에 적극 확대할 계획으로 일본, 유럽,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커뮤니케이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3조7500억 원, 64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0%, 95.5% 감소했으며, 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9.5%, 85.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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