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요금 스노우볼

입력 2023-04-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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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정치경제부 기자

"지금은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식하고 있고 그런 부분은 이견이 없다" 여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발언이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단다. 전기요금 인상 결정 협의에 '보류'와 '연기'로 눈치만 보는 정치권이 그렇단다.

전기요금 정상화는 연료비 급등으로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기형적인 한국전력의 적자 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단기 처방이다. 전기요금 정상화가 지연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공동성명서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하지만 못 올린단다. 아니 아직은 결정을 못 하겠단다.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2분기가 3분의 1이 지난 지금도 고민 중인 이 코미디 같은 상황에서도 말이다.

이유는 그럴듯하다.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국민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의 잘못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 정부의 무책임한 탈원전 정책으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에너지 산업구조가 일거에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키운다.

왠지 선거 유세 같다. 전 정부의 잘못으로 이 사달이 벌어졌다고 책임을 떠넘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기요금을 왜 제때 올리지 않았느냐"며 전 정부를 꾸짖던 윤석열 정부가 똑같은 행태를 하고 있다.

전기요금을 못 올리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표면에 나오진 못한다. 내년 총선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인상 단행 시 올해 초 불어닥친 난방비 폭탄에 이어 올여름 냉방비 폭탄까지 터지면 국민의 질타가 여당으로 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 당 51.6원 올려야 한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kWh당 13.1원 올랐다. 나머지 3번의 분기 요금 조정에서도 비슷한 인상이 있어야 kWh당 51.6원이 충족된다.

그러나 총선 이후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미룬다면 요금 인상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진짜 체감상 메가톤급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치적인 문제로 요금 정상화를 미룬다면 언제까지 가능하다고 보는가? 총선 이후엔 지방선거, 이후엔 대선도 걱정할 것인가.

우리나라 전기 요금은 싸다. 주택용뿐만 아니라 산업용은 국제적으로 통상 마찰을 빚을 정도다. 단계적 인상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저소비·고효율의 산업 구조 전환과 에너지 수요 관리 등 장기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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