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범죄 지형도 바꿔…마피아 분열

입력 2023-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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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전 범죄지수 193개국 중 34위
크림반도·흑해 항구, 밀수 허브서 전장으로 변해
튀르키예·리투아니아 등 인근 국가 불법 행위 급증
난민 인신매매 등 부작용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8일 우크라이나군이 자주포를 운행하고 있다. 돈바스(우크라이나)/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전 세계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에너지와 식량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았고 경기침체 우려는 커졌다. 미국과 중국은 전쟁 지원을 놓고 새로운 갈등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공급망 지형도 달라졌다. 그런 가운데 판도가 바뀐 또 한 가지가 있었으니 세계 범죄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피아를 분열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 범죄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배경엔 범죄 조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상관관계에 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범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였다. 다국적조직범죄반대구상(GITOC)에 따르면 전 세계 193개국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범죄 지수는 34위를 기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9년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직후 마피아 소탕 개혁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인근에 10일 지뢰 매설 경고문이 붙어 있다. 오데사(우크라이나)/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세계 범죄 시장과 이어준 요인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이 있다. 크림반도 합병은 마피아에 사실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초고속 밀수 루트를 열어줬다. 여기에 오데사를 비롯한 주요 흑해 항구가 글로벌 밀수 허브 역할을 했고 곳곳에 수출용 불법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생겨났다. 2020년 우크라이나가 중국을 제치고 최대 불법 담배 공급국이 된 것도 이와 연관된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는 세계 범죄 조직의 거점이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흑해 항구들은 대부분 폐쇄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의로 곡물 운송만 가능해졌다. 크림반도는 밀수 루트에서 전장으로 바뀌었다. 정부 계엄령과 야간 통금, 입대로 인해 지하세계에 머물던 조직원들은 흩어져야 했다.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조직의 존폐 위험에 대한 우려로 인해 우크라이나 범죄 조직이 러시아 범죄 조직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현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마피아 전문가이자 정치학자인 마크 갈레오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조직원들 사이에선 자국이 패전해 러시아에 병합되면 조직이 와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 러시아로부터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잇는 크림반도 대교에서 지난해 10월 8일 불길이 치솟고 있다. 크림반도(우크라이나)/AP뉴시스
일련의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밀수 거점 역할을 하지 못하자 세계 범죄 지형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튀르키예 세관 당국은 헤로인과 메스암페타민이 과거보다 더 많이 이란 국경을 통해 넘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국경 당국은 지난해 1분기 불법 담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급증했다고 확인했다.

전쟁이 범죄 조직을 분열시킨 데 일조했지만, 인신매매와 같은 신종범죄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은 약 5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럽에서 일시적 보호 조치를 받고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10만 명이 인신매매에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매체는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조직범죄를 영구적으로 감소세에 접어들게 할 기회는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1월 부정부패 혐의로 4명의 차관과 5명의 주지사를 해고하는 등 국가를 방해하는 모든 내부 문제가 정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은 몇 년이 걸리겠지만, 이 과정은 조직범죄를 퇴치하기 위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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