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공동정범과 방조범 사이…송영길, 인지했지만 지시는 안했다?

입력 2023-04-25 15:37수정 2023-04-26 08:2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파리 3구 한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돈 봉투 살포’ 의혹 관련 검찰 수사가 송영길 전 대표를 향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선거 전 돈 봉투 전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적극 지시했는지에 따라 검찰이 적용하는 혐의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돈 봉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이날 송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했다. 검찰은 주변인들을 먼저 조사한 뒤 송 전 대표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공개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 협회장 사이의 녹음파일에는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오고 간 돈 봉투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녹음파일에서 강 협회장은 이성만 의원이 준비해준 돈을 갖고 인사했더니 송 대표가 ‘잘했네’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대화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23일 파리 현지 기자회견에서 ‘사건을 몰랐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다.

▲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송 전 대표의 관여 여부는 향후 진행되는 검찰 수사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개된 내용처럼 돈 봉투가 오간 상황을 인지한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고, 그 이상으로 개입해 직접적인 지시가 내려진 행위가 드러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송 전 대표의 개입 정도가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의원들과 캠프 관계자들이 돈을 주고받는 상황을 알고 있었고 이를 말리지 않았다면 방조범과 같은 공범, 그렇지 않고 직접적으로 지시했다면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정범이면 그 죄의 정범과 같은 수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로 의율할 경우 기능적 행위지배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능적 행위지배는 공동의 목표에 따라 분업적인 협력으로 공동 구성요건을 실현한다는 의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단순히 알고만 있고 묵인했다면 방조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짜거나 누군가에게 지시를 한 증거가 있다면 공동정범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돈 봉투 전달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날 선거는 당 대표를 위한 선거였고 당시 오고 간 돈 봉투 역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폭 넓게 해석해야 한다”며 “실제로 후보자들이 직접 돈을 돌리는 경우는 없고 후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건 직접 시켰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출처를 쫓아 사건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그 후보와 함께 정치할 수 있는 사람이 돈을 관리했고 그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면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을 불러 조사했다. 21일 강 전 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첫 조사다. 강 전 위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자금 9400만 원을 마련해 선거운동 관계자와 선거인들에게 제공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조만간 ‘스폰서’로 불린 사업가 김모 씨를 불러 돈 봉투 사건과 관련된 자금 조달 과정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 씨는 강 전 위원에 뒷돈을 대준 인물로 알려졌다. 수사의 최종 종착지인 송 전 대표 수사에 앞서 관계자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혐의를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