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냐, 금융 안정이냐…MMF 팽창에 고민 깊어지는 연준

입력 2023-04-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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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F 자금 40%, 통화정책수단 ‘역RP’ 몰려
역RP 금리 낮추면 인플레 대응 힘들어져
방치하면 2019년 금융 발작 재연될 수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격한 머니마켓펀드(MMF) 유입 자금 증가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연준이 발행하는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이 MMF 팽창을 부추겨 ‘돈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연준은 역RP 금리를 낮출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역RP 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 대응이 어려워지고, 내버려 두면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기업협회(ICI)에 따르면 단기성 안전자산인 MMF의 잔액은 12일 기준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7500억 달러(약 985조 원)에 달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이후 5주간 유입됐다. 은행 위기 사태로 시장 불안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은행 예금을 인출해 MMF로 몰린 것이다. 여기에 낮은 예금 금리까지 MMF로의 이탈을 부추겼다.

은행권에서는 연준이 이러한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은행정책연구소(BPI)는 지난달 말 “연준이 MMF에 보조금을 지급해 은행 예금 유출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수단 중 하나인 역RP가 MMF를 통해 예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역RP는 국채를 담보로 연준이 상업은행의 단기 자금을 빌리는 초단기 거래를 뜻한다. 최근 역RP 금리가 연 4.8%까지 오르면서, MMF 자금의 40%가 이곳으로 몰렸다.

과거에는 MMF로 돈이 몰려도 주로 단기국채나 기업어음(CP)에 투자됐다. 이에 이들 자금은 국가나 기업의 활동을 뒷받침하면서 돌고 돌아 다시 은행 예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역RP는 연준과 MMF 사이를 돈이 왕복할 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일각에서는 역RP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역RP 금리를 낮추면, 단기금리도 연준이 목표로 하는 수준을 밑돌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연준의 기조와 모순된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역RP 이용이 늘어나면 은행들이 연준에 예치할 지급준비금이 실질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준비금이 적으면 은행 대차대조표에 악영향을 주며, 자금 공급 능력이 저하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연준이 진행하고 있는 양적긴축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연준은 2019년 9월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급감하며 단기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발작’이 일어나자 양적긴축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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