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스타 팹리스 육성…정부 장기전 대비를”

입력 2023-04-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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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중심 K-반도체 산업
시스템 반도체 이제 걸음마
팹리스 기술ㆍ고객사 확보 관건

정부 최소 10년 이상 내다보고
민간과 인력 양성 투자 나서야

▲추경호(앞줄 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반도체 초격차 지원을 위해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수준과 격차를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의 투자가 유일한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한국 반도체 기업이 메모리에 집중하는 사이 인공지능 등 다른 산업이 발전하면서 시스템반도체의 중요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현재 IP(설계자산) 등 기초 자산이 매우 약해 글로벌 수준으로 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경쟁 열위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인력 모든 분야에서 역량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시장을 미국이 70%가량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과 IP를 확대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것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서균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총장도 “지난 10년 동안 국내 팹리스 기업이 많이 사라져 국내에 100여 개 정도 남은 상황”이라며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위한 인력 풀도 상당히 빈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구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를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로부터 끌어오기 위한 공정 개발이 요구됐다.

김 교수는 “기술 유출에 대한 신뢰도 탓에 팹리스를 하지 않는 TSMC에 주요 고객사들의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2나노미터(㎚), 3나노미터 공정 개발에 앞서나가 물량을 최대한 끌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투자가 아닌 장기적인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도 투자 전략 분야를 정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챗GPT 열풍으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고되는 AI(인공지능)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44억 달러(약 57조 원)에서 2026년 861억 달러(약 112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시스템반도체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AI 반도체가 가져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 교수는 “반도체는 선제 투자가 중요한 만큼 정부가 즉흥적인 투자 지원이 아닌 세심한 전략을 통해 민간과 협력해야 한다”며 “최근 챗GPT 등으로 우리에게도 새롭게 기회가 열린 AI 반도체에 정부와 민간이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기술 개발에 필요한 고급 인력 양성도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김 교수는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지금부터 나서서 시스템반도체 인력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특히 팹리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얼마나 양성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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