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 뺏길라"…중소알뜰폰, 피눈물 나는 '0원 경쟁'

입력 2023-04-13 17:1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통신비 부담에 판 커진 알뜰폰 시장…이통3사 이어 은행권까지 속속 진출
매출 점유율 이미 절반 훌쩍 넘겨…‘자본력·영업망’ 맞선 ‘0원 요금제’ 마케팅
중소형 업계 "무분별한 진입 허용 안돼, 장기적 상생 방안 마련 촉구"

알뜰폰 시장이 ‘한푼이라도 아끼자’라는 고물가 국면에서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알뜰폰이 소비자 선택을 받는데 성공하자, 사업자 간의 출혈경쟁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리브엠)’이 정식 승인을 받으면서 은행권의 시장 진출이 잇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브랜드 파워을 앞세운 이통3사와 막강한 자본력과 영업망 갖춘 은행권이 합세하면서 향후 알뜰폰 시장 생태계의 지각변동까지 예고됐다.

당장은 경쟁 활성화로 가계 통신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지만,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0원 요금제’ 출혈경쟁 서막 올랐다 = 13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운영하는 알뜰폰 요금제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 7곳은 월 납부총액 ‘0원’인 LTE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7개월~1년간 한시적으로 기본요금을 추가 할인해 요금이 무료인 서비스다. 월 1~15GB를 제공하고, 일부 사업자는 50GB를 추가 제공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선보였다. 금융사들의 진입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 사업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규제개선 요청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알뜰폰 사업이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돼 금융사들이 별도 허가, 신고 없이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앱을 통해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던 금융사들이 유력한 진출 후보로 거론된다.

시장 재편이 가시화되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저가 요금제 출시로 먼저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향후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금융사들의 진입이 본격화되면 과감한 요금 할인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관점에서 시장 확대와 통신 비용 할인 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권 진입은) 경쟁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알뜰폰 시장이 이동통신(MNO) 경쟁 활성화를 위해 대안이 대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도 키우고 소비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여력이 되는,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은행권이 들어온다고 하면 은행 지점을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 등 다른 곳과 차별화될 수 있는 곳들이 (알뜰폰 시장으로) 들어오는 구조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점유율 반수 넘겨…중소사업자 고사 위기감 = 시장에서는 과도한 출혈경쟁의 부작용을 예고한다. 마케팅 비용 증가 부담을 이기지 못한 중소 사업자들은 생존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들어오게 되면 분명히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기존 사업자들은 고사하게 될 것”며 “씨는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이 다 뿌려놓고 걷어가는 것은 은행들이 다 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자금에서 밀린 중소 사업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알뜰폰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시장 정리가 끝나고 나면 대기업의 과점 문제가 불거지고, 일시적인 요금 할인이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다시 비싼 요금제를 강요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미 알뜰폰 시장의 대기업 점유율은 반수를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박완주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재구성한 내용에 따르면 알뜰폰 시장 전체 매출 대비 이통3사 계열사와 리브엠의 매출은 2020년 58%, 2021년 59%를 기록했다. 알뜰폰 가입자는 2021년 1000만 회선을 넘겼지만, 수익이 높은 휴대폰 가입자는 올해 2월 기준 751만 명 수준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이통 3사 계열사의 가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점유율 제한과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제공 금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알뜰폰 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도매대가 인하를 위한 정책적 노력과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이통3사의 정확한 정보 제공, 대용량 데이터 선구매 등의 활용도 제고 등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의 요금 인하 효과만 보고 무분별하게 시장 진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으로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