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특허 갑질’ 퀄컴…대법, 1조원대 과징금 확정

입력 2023-04-13 12:37수정 2023-04-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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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세트사 특허 사용 제한…“시장 지배적 지위‧거래상 우위 남용”
서울고법 “공정위 시정명령 10건 중 8건 적법…과징금도 정당”
공정거래 소송 2심제…大法 “원심 판단 옳다” 처분 그대로 확정

다국적 다국적 반도체·통신장비 업체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1조 원대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 미국 캘리폰아주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샌디에이고 = AP 뉴시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한 것은 “공정거래법 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퀄컴은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없이 제공하겠다’는 ‘국제표준화기구 확약(FRAND)’을 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퀄컴이 FRAND를 어기고 삼성·인텔 등 칩세트사가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특허권 사용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퀄컴이 모뎀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기업들에 이른바 ‘갑질’을 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2016년 이들 퀄컴 3개 회사에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1조311억 원을 부과했다. 또 휴대전화 제조사에 라이선스와 관계없이 모뎀칩을 제공하도록 하는 등의 시정명령도 내렸다.

또 퀄컴이 칩세트를 공급받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에도 특허권 계약을 함께 맺도록 강제했고, 이렇게 강화한 칩세트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특허권 계약도 일방적인 조건으로 체결했다고 공정위는 결론 내렸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퀄컴은 이듬해 공정위의 처분에 반발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서울고등법원(원심)은 공정위 시정명령 10건 중 8건이 적법하고 과징금 역시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원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칩세트사에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거래상 우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점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퀄컴은 원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공정거래 관련 소송은 공정위 처분의 적법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이 1심, 대법원이 2심을 맡는 2심제로 진행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와 불이익 강제 행위 등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어렵게 하는 행위로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재확인·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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