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인가, 도구인가…할리우드, ‘AI’ 저작권 논쟁 불붙었다

입력 2023-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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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이미지에 대한 저작권 소유 문제 대두
AI, 특수효과 개선·제작 비용 절감에 상당 기여
“두려움으로 활용 기회 놓쳐선 안돼” 지적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할리우드 사인이 보인다. 로스앤젤레스(LA·미국)/AP뉴시스

인공지능(AI)이 스펀지밥 만화 시리즈를 토대로 만든 새 캐릭터의 소유권과 저작권은 누구의 것인가?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 파라마운트의 필 와이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회사 경영진에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스펀지밥은 파라마운트의 간판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와이저 CTO는 최근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생성형 AI인 ‘챗GPT’가 스펀지밥을 토대로 새 캐릭터를 만들어달라는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새 캐릭터를 도출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빠르게 진화하는 생성형 AI로 할리우드의 ‘크리에이티브’와 저작권 등 영화산업 시스템 전반에 새로운 위협과 기회가 던져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큰 축은 지식재산권이다. 캐릭터에서부터 이미지와 영화에 나오는 단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지재권과 수익 창출로 연결된다. 문제는 AI 관련 법 제정 속도가 AI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를 둘러싼 법의 보호 테두리가 모호해져 버렸다는 점이다. ‘AI가 인공지능이 생성한 그림의 소유권은 누가 가지게 되는지’, ‘이 그림을 이용해 만든 저작물의 저작권은 어떻게 보호돼야 하는 지’ 등이 논쟁의 대상이 된 것이다. 현재 미국 사법당국은 AI가 만드는 작업물에 저작권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테스트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오픈AI와 챗GPT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저작권 침해에 대한 콘텐츠 회사들의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미지 콘텐츠 기업 게티이미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2월 생성형 AI인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를 자사 소유의 이미지 1200만 장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에서 제소했다.

같은 달 미국 저작권청은 미드저니 AI를 이용해 그린 만화에 대한 작가의 저작권을 인정하기로 했다가 이를 일부 철회했다. 저작권청이 결정 변경의 이유로 내민 저작권 인정 기준은 ‘작가의 창조성’이었다. 이에 소재나 내용의 저작권은 만화가에게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작화는 AI 도움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저작권청의 이 같은 결정으로 향후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AI를 둘러싼 저작권 논쟁은 이어지고 있지만, AI가 꼭 경계 대상인 것만은 아니다. 이미 특수효과 개선이나 비용 절감, 제작 기간 단축 등 측면에서 AI는 상당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종사하는 많은 기업이 영화 자막에 AI 툴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시장 규모가 26억 달러에 달한다고 WSJ는 전했다. 특수 분장이 아닌 AI 툴을 활용해 고령의 배우를 회춘시킬 수도 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한 장면. AP뉴시스
지난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도 생성형 AI가 만든 특수효과가 담겼다. 영화 관계자는 생성형 AI로 특수효과를 구현하면서 작업시간이 2~3일이 단축됐다고 전했다.

오픈 AI와 제휴하고 있는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안드레 제임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총괄은 “AI가 어떻게 스토리를 창작하도록 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제작에 있어서 빠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AI 관련 인재나 제작자들을 경계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로 유명한 블룸하우스프로덕션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슨 블룸은 “AI는 이미 세상에 있는 것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지, 혁신을 창출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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