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확산에 중동도 비상...고립국 시리아, 관계 정상화 지렛대로

입력 2023-04-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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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캡타곤 무역 규모 75조원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3배 달해
캡타곤 최대 시장 사우디, 협상 나설 가능성

▲한 남성이 시리아 북부 국경에서 지난해 4월 압수된 마약을 손에 들고 있다. 알레포(시리아)/AFP연합뉴스
전 세계가 마약 밀거래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동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사회 제재와 내전 여파로 만신창이가 된 시리아는 주변국에 마약을 밀수출해 경제를 지탱해왔다. 최근 시리아가 이웃 국가들과 관계회복을 시도하면서 마약이 협상 지렛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CNN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동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마약은 암페타민 성분의 ‘캡타곤’으로, 시리아가 최대 생산국으로 꼽힌다. 시리아는 2011년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대가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경제적으로 고립됐다. 이후 마약을 제조해 주변국에 퍼뜨리면서 외화를 벌어들였다.

지난달 캡타곤 무역에 관여한 시리아인을 겨냥해 제재를 부과한 영국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570억 달러(약 75조 원)에 달하는 캡타곤 무역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의 캡타곤 밀매 규모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아 정부는 마약 관여를 부인하고 있지만, 정권 개입 없이 상당량의 캡타곤이 수출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확산이 심각해지자 미국은 지난해 ‘2022 캡타곤 법’까지 제정해 ‘초국가적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최근 중동 국가들 사이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시리아 마약 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관계 정상화 지렛대로 마약이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리아와 오랜 앙숙이자 캡타곤 최대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번 기회에 ‘골칫거리’ 해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9월 사우디는 밀수품 사상 최대 규모인 암페타민 4700만 정을 적발, 마약 확산 차단 고삐를 당겼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뉴라인스전략·정책 연구소의 캐롤라인 로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캡타곤은 시리아와 상대국의 관계 정상화에서 협상 카드로 언급돼 왔다”면서 “시리아 정권은 상대국에 캡타곤 밀매를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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