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순환로 뻥 뚫어줄 '신림~봉천터널' 공사 현장 가보니[르포]

입력 2023-04-11 09:29수정 2023-04-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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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신림~봉천터널 2공구에서 GS건설 관계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문현호 수습기자 m2h@)

"남부순환로에서 브레이크만 내내 밟는 일이 사라질까?"

이런 기대감을 안고 10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신림~봉천터널' 공사 현장을 찾았다. 신림~봉천터널은 시흥 IC에서 강남순환도로 낙성대 입구까지 연결하는 연장 5.6km의 장대터널로 두산건설과 GS건설이 구간을 나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현장은 GS건설이 맡은 미림여고입구 교차로에서 낙성대(2공구)까지의 구간이다.

신림~봉천터널이 완성되면 서울의 대표적인 상습 정체 도로인 남부순환로의 교통량을 분산시켜 교통체증을 크게 완화할 전망이다. 서울 강서지역에서 사무 시설이 밀집한 강남권은 물론 서울 전역으로의 이동이 수월해지는 만큼 주변 지역의 교통 편리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총 2.3km가량인 신림~봉천터널 2공구는 지하에 구멍을 뚫고 반원 형태로 모양을 잡는 터널 라이닝, 공기 정화를 위해 바람이 드나들도록 하는 풍도 슬라브 등 터널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이 공사들이 끝나면 환기 장치 등 기계설비를 설치하고 내부 패널, 바닥 공사가 진행된다.

현장사무소에서 신림~봉천터널 사업 개요와 공사추진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지하 40m 아래에 있는 현장으로 이동했다. 승강기가 이동하는 통로는 터널 완공 후 환기구로 이용될 자리다.

▲터널 환기 시설인 ‘풍도 슬라브’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아현 수습기자 cahyun@)

구간이 짧은 터널은 천정에 팬을 달아 환기를 하지만 신림~봉천터널처럼 긴 터널은 터널에 풍도 슬라브를 만들어 나쁜 공기를 빨아들인 뒤 굴뚝과 같은 시설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터널 안으로 집어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승강기를 타고 지하 13층 깊이를 내려온 터널 내부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장비와 작업자들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머릿속에 그렸던 거대한 터널을 만드는 현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네 한편에서 집을 짓는 현장을 지나면서 들었던 것에도 못 미치는 듯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터널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돼 큰 장비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 조용해 보인다"면서 "작업이 많이 이뤄질 때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곳이다 보니 분위기는 언제든 차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봉천터널 2공구는 여느 현장보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작업 전 필드 PCM을 통해 작업 내용과 위험 요인을 숙지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 작업을 하기 전 사전점검을 거친 뒤 현장소장의 확인 후에 승인을 받아야 일이 시작된다. 또 주요 지점에 CCTV를 설치해 현장사무소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고정형 쵤영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이동형 장비로 촬영한다. 서울~봉천터널 2공구는 서울시가 중대재해와 같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시공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관리하는 현장 중 하나다.

소음은 예상과 달랐지만 형태는 익숙한 터널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터널 끝 쪽에 설치된 배수로보다 30cm 낮은 도로가 포장으로 채워지면 언제든 차가 막힘없이 달릴 수 있을 듯 보였다.

▲신림-봉천터널 공사에 쓰이는 터널 거푸집 모습 (전아현 수습기자 cahyun@)

천정에 닿을 듯 높은 타원형의 거푸집과 방수포로 덮인 터널 일부 등 공사현장이란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장면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풍도가 가장 인상 깊었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던 터널 위에 바람이 지나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데다 직접 눈으로 보니 다소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가장 색다른 경험은 지하 13층 깊이를 걸었다는 것이다.

다만 신림~봉천터널 완공까지 기다려야 할 시간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신림~봉천터널은 2017년 준공이 목표였지만 민원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지금은 2026년을 완료 시점으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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