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맞서…원유 시장서 활약하는 ‘와일드카드’

입력 2023-04-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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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작년 가을 이후 35만 배럴 증산
사우디 감산 절반 이상 상쇄
이란·브라질 등도 산유량 늘려
유가 안정에 크게 기여
브렌트유 현재 82달러로 예상 크게 밑돌아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일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원국들이 감산에 나섰지만, 다른 산유국의 증산이 유가 급등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주요 산유국들이 지난해 10월부터 감산에 나선 상황에서 이란, 가이아나,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제3의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늘리면서 시장 충격을 막는 완충재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이후 나이지리아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30만 배럴로 35만 배럴 증가했다. 증산량만 따지면 사우디의 감산량(약 50만 배럴)의 절반 이상을 상쇄할 수 있는 양이다. 이란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산유량이 20만 배럴 증가했고, 카자흐스탄은 24만 배럴 늘렸다. 브라질은 지난해 9월 이후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해 올해 1월에는 산유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주요 산유국이 감산을 선언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OPEC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해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달 초에는 사우디 주도로 일부 OPEC+ 산유국이 총 116만 배럴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깜짝 발표했다.

▲카자흐스탄 텡기즈 지역에 있는 정유시설 전경. 텡기즈(카자흐스탄)/AP뉴시스
그러나 이들의 깜짝 감산 발표는 기대와 달리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이달 초 기습 감산 발표로 유가가 한때 6%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기록했던 고점인 지난해 3월의 배럴당 125달러(약 16만5000원)는 물론 지난해 10월 골드만삭스가 전망했던 올해 1분기 전망치인 115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8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결국 국제유가가 어디로 향할지는 나이지리아 등 시장의 ‘와일드카드’에 달렸다고 WSJ는 강조했다. 나이지리아는 OPEC 회원국이지만, 최근 감산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산유량이 쿼터보다 적어 지난해 감산 결정 구속력도 없다.

다만 이들 제3의 산유국 증산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투자 확대를 통한 증산이 아니라 변수가 일시적으로 해소된 데 따른 생산량 증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는 불법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절도 문제를 파악하고 나서 기업들이 바지선을 통한 운송로를 새롭게 확보한 데 힘입어 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카자흐스탄도 러시아의 흑해 해안 수출 터미널 잠정 폐쇄로 빚어진 가동 차질에서 벗어나면서 생산이 증가했다.

조반니 스토노보 UBS그룹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나이지리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증산은 예상되지 않는다”며 “이란도 생산량 증가가 기대되지만 미국과의 핵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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