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된 미국 ‘우크라 기밀문건’서 한국 감청 정황

입력 2023-04-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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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기 지원 압박 우려 한국 정부 논의 내용 담겨
CIA, 전방위 감청 의미 ‘신호 정보보고’ 출처로 명시
NYT “한국 등 동맹국 관계 방해”
대통령실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 할 예정”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악수하고 있다. 평택/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기밀 문건이 유출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감청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 속엔 우크라이나에 사용될 포탄을 미군에 제공할 것인지에 관한 한국 정부의 내부 논의 내용이 최소 두 차례 명시됐다.

문건에는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물품 지원을 압박할 것을 한국 관리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건의 또 다른 부분에선 미 중앙정보국(CIA)이 한국의 내부논의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가 더 명확히 나타났다. CIA가 출처를 ‘신호 정보보고(a signals intelligence report)’라고 기재한 것인데, 이는 전화에서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통신 감청을 의미하는 용어라고 NYT는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빨리 공급하는 게 미국의 목표였던 터라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주요 무기 공급로를 통제하는 폴란드에 무기를 판매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유출로 미국과 한국의 동맹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새로 공개된 문건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동맹국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이는 외교 관계를 손상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한국과 같은 주요 동맹국과의 관계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건에는 한국과 이스라엘, 영국 등 동맹국을 망라한 내부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문건 유출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관리들은 백악관이 이번 문건 유출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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