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물열차 탈선 일본의 145배…“수익성 최우선에 안전 뒷전”

입력 2023-04-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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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68건 사고…하루 평균 2~3건
올해도 유해물질 유출 등 사고 끊이지 않아
총 운행거리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수준
비용 절감 위해 안전 뒷전…차량 노후화

▲3월 2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에이어에서 화물열차가 탈선했다. 에이어(미국)/EPA연합뉴스
미국에서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화물열차 사고는 일본의 145배에 달한다고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올해 초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화학 물질을 싣고 달리던 화물열차가 탈선하면서 염화비닐 등 유해물질이 유출됐다. 플라스틱 성형 원료인 염화비닐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폭발할 수 있으며 간암 등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서 주민 대피 등의 조처를 했지만, 현장 주변에서는 가축과 민물고기가 대거 죽은 채 발견됐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화물열차 사고가 최근 수년째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021년에는 사고 건수가 868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2~3건의 열차 사고가 일어나는 셈이다. 같은 해 일본의 화물열차 사고 2건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일본 철도 사고는 여객열차를 포함해도 6건에 그쳤다. 단순 계산으로만 따지자면 145배 차이다. 미국 화물열차의 총 운행 거리가 약 22만2500㎞로 일본의 10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사고가 잦다.

사고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수익성을 최우선 순위로 둬서 안전을 뒷전으로 하는 철도회사들의 사고방식이 있다. 1950년대 고속도로의 등장으로 트럭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화물 수송에서 철도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철도회사들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밀 스케줄링 철도(PSR)’이라는 관리 체제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낭비를 줄이고 품질을 관리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이는 최근 들어 ‘주주 배당 증대를 위한 효율화’ 수단으로 변질됐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화물철도 대기업 7개사 중 6곳이 PSR를 도입했다”며 “PSR의 주요 특징은 인원 삭감과 화물열차 평균 차량 수 증가”라고 지적했다.

열차 최장 길이가 8㎞에 달하면서 정비는 더욱 어려워졌다. 열차 출발 전 점검 시간에도 제한을 둬 고장이나 미비점 등을 지나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설비나 인력에 대한 투자를 낭비로 생각하게 되면서 차량 노후화도 심각해졌다. 현재 미국 철도 대기업이 운용하고 있는 기관차의 45%는 1999년 이전에 제조됐다.

닛케이는 “경영자가 주주 이익을 추구하고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철도회사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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