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까지 생각하고 있어요”…갈등 온상된 정비사업장, 신탁방식에 '눈길'

입력 2023-04-09 15:43수정 2023-04-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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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거여1단지 전경 (이투데이DB)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내에서 여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조합 해산 분담금 문제로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지는 한편 공사비 증액 문제로 입주가 지연되기도 한다. 이에 최근에는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탁방식을 택하는 사업지도 많아지는 추세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거여1단지에서는 조합 해산 분담금을 두고 조합 지도부와 조합원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해산을 위한 주민 분담금을 통보했는데, 책정된 분담금과 납부 마감 날짜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합은 전용면적 38~39㎡형 82가구에 대해서는 가구별로 약 52~53만 원, 49㎡형 113가구에 대해서는 67만 원, 58~59㎡형 41가구에 대해서는 79만~80만 원대의 조합 해산 분담금을 10일까지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11일 이후에는 법적 조치 비용을 포함해 최소 97만 원에서 최대 148만 원으로 분담금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조합원들은 조합 지도부의 일방적인 분담금에 의문을 제기한다. 조합이 설립되기 전임에도 해당 분담금에는 △1, 2월 조합 직원 급여 5573만 원 및 3~5월 지출예정 급여 4951만 원 △비품비 1957만 원 △근로계약위약금 1836만 원 △기획설계 검토비 1100만 원 △복리후생비 612만 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해당 금액에 대한 책정 기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조합원이 많은 상황”이라며 “분담금에 대해서 조합 측에 외부 회계감사를 받으라고 요청했지만, 조합이 안 하겠다며 버티고 있어 필요하다면 민·형사적 조치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 단지는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고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이후 추진위원회가 사업 착수에 따른 분담금 선납금으로 가구당 950만 원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했다. 결국 지난달 리모델링 해산 여부 결정을 위한 임시총회가 개최됐고, 참석자의 84% 반대로 조합 해산이 결정됐다.

거여1단지처럼 최근 여러 이유로 갈등을 겪는 정비사업장이 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조합과 단지 내 경기유치원의 소송으로 잠시 입주가 중단되기도 했다. 유치원 측은 관리처분계획에 재건축 후 유치원 위치를 변경하는 내용이 동의 없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며 강남구의 부분 준공인가 처분이 무효라고 소송을 낸 바 있다.

공사비 인상을 두고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은 애초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했어야 했지만, 지금까지도 지연되고 있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106억 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조합이 이를 거절하면서다. 조합 측에 따르면 15일 총회를 열고 협상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최근에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합 대신 신탁사가 시행을 맡는 신탁방식을 택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신탁방식은 향후 분양 수익 일부를 신탁사에 내야 하지만 전문기관이 진행하는 만큼 사업 기간이 줄어들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대단지 우량주로 꼽히는 양천구 신월시영 아파트는 지난달 2차 사업설명회를 열고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기로 했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 럭키 아파트도 지난달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정했다. 이외에도 여의도 공작 아파트는 사업시행자로 KB부동산신탁을, 영등포 1-11재정비촉진구역은 한국토지신탁을 각각 선정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증액 등 여러 갈등을 겪는 정비사업장이 많아지고 있다”며 “신탁사들은 전문성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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