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생각 안 할 수도 없고…고민 빠진 보험사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으니 만들기는 해야겠는데, 사회취약계층을 어디까지 특정하고 인수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참, 난감하네요.”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에 화답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다. 당국은 기존 정책성보험 형태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라고 주문했는데, 보험사들은 “기초적인 상품 설계조차 쉽지 않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최근 전 보험사에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보험 상품 현황과 향후 계획을 취합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사회 취약계층만 가입 가능한 보험료가 저렴한 건강보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보장 보험 출시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당국은 사회취약계층을 배려하거나 저출산 등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와 고통 분담 또는 이익 나눔을 목적으로 신규 출시 예정인 기존과 차별화된 금융상품의 우수사례를 선정해 내달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당국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상생금융’ 차원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선물보따리'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 사회공헌 부족을 강하게 질타하자 시중은행들은 상생금융이라는 이름하에 고객 금융비용 완화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금융지주사는 전담조직까지 신설할 정도다.
보험사들은 상생금융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보험료 산출 및 보험금 지급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보장하는 생명보험업계는 상품 개발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사회 취약계층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특정할 것이며 개발원을 통한 요율 산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인수 심사는 어느 정도로 할지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단순히 사회공헌 증액을 원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상품 출시를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의 금리 인하와는 달리 보험 상품은 만들려면 시간이 소요되고, 보험사들의 건전성 리스크에도 장기간 영향을 끼쳐 은행과는 다른 어려운 점이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또 정책성보험 실패를 답습할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민간 영역에서 공적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성 보험들 대부분 가입자로부터 외면을 받아 가입률이 저조했다. 2014년에도 저출산 문제를 걱정한 당국이 난임 부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고액의 난임치료비용을 보장하는 민영 난임보험 도입을 추진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시장이 호응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성 보험의 가입실적이 저조한 근본적 원인은 정부가 보험상품의 현실적 타당성이나 실수요를 따져보지도 않고 포퓰리즘식으로 내놓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라며 “당국도 이를 우려해 순수하게 금융사가 자체 개발한 상품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보험사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홍보에 힘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