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활물질 등 소재 배터리 부품에 불포함…한국서 계속 생산 가능
미국 정부가 배터리 부품 가치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조립하면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한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가 들어간 전기차도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한시름을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를 4월 18일부터 발효하기로 하면서도 60일간의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최대 7500달러(약 982만 원)를 보조금을 주는 IRA 전기차 세액 공제 프로그램을 지난해 8월 제정했는데, 이날 세부 규정안을 공개했다. IRA는 법 발효 이후 한국을 비롯해 외국에서 만든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아 한국, 일본, 유럽 주요국의 반발을 불렀다. 반발이 거세지자 미국 정부는 해당 국가들과 추가 협상을 통해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당초 계획했던 일정보다 3개월 늦게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세부 규정안을 살펴보면 보조금은 △북미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할 경우 △미국 혹은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사용할 경우 각각 3750달러가 지급된다.
하위 규정에 따르면 미국은 배터리 부품은 부가가치 기준 50% 이상, 핵심 광물은 40% 이상의 조건을 각각 충족해야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다. 다만, 이 비율은 연도별로 매년 단계적으로 높아지면서 핵심 광물은 2027년부터 80% 이상, 배터리 부품은 2029년부터 100%로 증가하게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이번 세부 규정안에서 가장 관심이 쏠렸던 대목은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광물' 포함 여부와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조정 여부였다.
이번 규정안에서 미국 정부는 배터리 부품을 음극판, 양극판,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셀, 모듈 등으로 정의하면서도 음극판, 양극판을 만드는데 쓰는 구성 재료는 배터리 부품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한국 기업들은 양극판과 음극판은 미국에서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 공정을 굳이 바꾸지 않더라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광물을 추출해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세부 규정에서 요구하는 일정 비율 기준을 충족하면 보조금 대상으로 인정받는다. 이 역시 한국에 유리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세부 규정안으로 당장 미국 내 세액공제를 청구할 수 있는 전기차 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많은 전기차가 공제 대상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존 테두리에는 변함이 없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