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자처한 연준, 괜찮나

입력 2023-03-24 15:23수정 2023-03-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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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금융시스템 불안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은행들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대출받는 자금 규모가 대폭 늘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신호인지, 유동성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방증인지 평가가 갈린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은행들이 연준에서 막대한 규모의 대출을 받아갔다. 연준은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12일 시그니처 은행 파산으로 뱅크런이 발생하자 대출 문턱을 낮췄다. 기존 ‘할인창구 대출’에 더해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인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을 내놨다. 할인창구 대출은 은행들이 단기 자금 경색을 겪을 때 활용하도록 연준이 마련한 지원 수단이다. BTFP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은행과 저축조합, 신용조합 등 금융기관에 1년간 대출을 제공한다.

이번 주 은행들의 할인창구 대출은 1102억 달러로, 지난주 1529억 달러에 이어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 은행 위기 이전 평균 대출 규모는 100억 달러에 못 미쳤다. STFP를 이용한 대출 규모도 지난주 119억 달러, 이번 주 537억 달러로 이전 평균 46억 달러를 훨씬 웃돌았다. 두 개 프로그램을 합친 대출 규모는 지난 주 1648억 달러, 이번 주 1639억 달러를 기록했다.

1913년 설립된 연준은 유사시 금융기관에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서 은행 시스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들은 시장에서 국채와 증권을 판매하는 것보다 빠르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대출 프로그램은 연준이 기존 기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담보 가치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평가해주면서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은행 보유 국채 상당수의 평가가치가 떨어진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금융기관은 손실을 보면서 자산을 매각하지 않아도 되고, 예금자들의 불안이 누그러지면서 뱅크런을 막는 효과도 있다.

은행들이 연준의 대출 프로그램에 몰려드는 게 어떤 신호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분야 대표 수바드라 라자파는 이런 걸 이용해야 하는 은행들이 여전하다는 의미라며 “현금이 은행 부문에서 다른 투자처 혹은 대형은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 중 하나인 팩웨스트뱅코프는 이번 주 연준의 할인창구에서 105억 달러를 빌려갔다.

반면 은행들이 대출 프로그램을 편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추가 불안 부채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PGIM의 채권 투자 책임자인 그렉 피터스는 “과거에는 은행이 연준의 할인창구를 이용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낙인 찍혔다”며 “그러나 현 상황은 은행이 보유한 채권이 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해서 발생한 게 아니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가치가 떨어진 결과다. 과거에 봤던 것과 매우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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