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쳐놓은 ‘덫’에 걸린 미국

입력 2023-03-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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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밀착을 과시하고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논의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심기가 불편해지고 있다. 상황을 쥐고 흔드는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어가도록 방관하던 중국이 막판에 친 ‘덫’에 미국이 걸려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내에서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안으로 미국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각국 주권을 존중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재개하고 휴전을 모색하는 내용의 평화안을 내놨다. 그럴 듯하게 포장돼 있지만, 사실상 러시아를 편들어 준 것이라는 평가다.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영토의 반환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도 “중국의 휴전 제안은 러시아가 강탈한 영토를 인정해줌으로써 침공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며 공개적으로 회의감을 나타냈다.

겉으로 중국의 평화계획을 일축한 것과 달리 속내는 불안하다는 게 미국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에 상당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평화안에 우려할 만한 내용이 많지만 미국이 대놓고 무시할 경우, 중국은 전쟁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우려가 큰 국가를 대상으로 미국이 평화에 관심이 없다는 선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보니 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C) 수석 연구원도 “중국은 중러 회담에서 도출된 모든 것을 이용해 미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메시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평화안 대응 논쟁은 미국이 직면한 불편한 현실을 비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중국을 ‘변방’으로 밀어내고 상황을 주도했다. 그러나 중국은 그럴 뜻이 없음을 증명했다. 미국의 제재 압박을 무시하고 러시아와 파트너십을 강화했고, 눈엣가시인 이란으로부터 줄기차게 석유를 사들였다. 러시아까지 날아가 푸틴과 나란히 서서 밀착을 과시한 건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절정’의 순간이었다.

CIA 중국 정세분석가 출신의 크리스토퍼 K. 존슨 중국전략그룹 대표는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대로 중국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시진핑은 본인 생각대로 참여하고 있다”며 “그 점이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경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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