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도 매료됐던 '영국 팝아트' 만난다

입력 2023-03-23 15:31수정 2023-03-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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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DDP 뮤지엄에 전시된 '데이비드 호크니와 브리티시 팝아트'의 모습. 롤링스톤스 멤버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연행된 사건을 지나친 흥미 위주의 기사로 소비하던 당시 영국 언론의 보도가 작품의 콜라주 형식의 풍자 포스터(오른쪽)로 완성됐다. (박꽃 기자 pgot@)
“팝아트란 대중적이고, 덧없고, 소모적이고, 저비용으로 대생산이 가능하고, 젊고, 위트있고, 섹시하고, 요염하고, 매력적인 빅비즈니스다.”

‘팝아트’라는 게 대체 뭘까. 한번 쯤 궁금해본 적 있다면 팝아트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영국 예술가 리차드 해밀턴의 이 정의를 곱씹어볼 만하다. 대중이 쉽게 즐기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면서도, 예술작품으로서 본연의 은유와 사회 풍자 기능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팝 아트의 거장으로 알려진 앤디 워홀이 미국 출신이긴 하지만, 당초 팝아트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이후 사회적 활기를 되찾은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대영제국 시절의 고전적인 회화나 조각을 넘어 자본주의에 기반한 화려한 광고나 패션, 맹렬하게 활동했던 TV나 신문같은 매스미디어가 소재가 됐다. 가볍고 단순했으며, 유쾌했고 때로는 신랄했다.

23일부터 서울 DDP 뮤지엄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브리티시 팝아트’는 당시 영국 사회문화를 수놓았던 팝아트의 흐름을 소개하면서 리차드 해밀턴, 데이비드 호크니, 피터 블레이크 등 대표 주자의 판화, 영상, 사진, 포스터 등 15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팝아트의 창시자로 언급되는 리차드 해밀턴의 ‘무엇이 오늘날의 집을 그토록 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가?’(1956) 등 다수 작품을 포함해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전’으로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데이비드 호크니(1937~)의 작품 90여 점도 만나볼 수 있다.

60년대 영국 아이콘, 비틀스·롤링스톤스 작품 소재로
누구나 알 수 있고, 누구나 살 수 있는
▲23일 서울 DDP 뮤지엄에 전시된 '데이비드 호크니와 브리티시 팝아트'에 전시된 대형 영상의 일부. 매스미디어의 상징인 TV가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박꽃 기자 pgot@)

‘누구나 알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를 다룬 영국의 팝아트는 당대 대중문화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대표적인 게 비틀스 앨범 커버 작업이다. 피터 블레이크가 작업한 8집 커버 앨범 '페퍼 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1967), 리처드 해밀턴이 작업한 ‘화이트 앨범’(1968)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날 김기완 도슨트는 “‘화이트앨범’이 무려 500만 장을 찍어낸 앨범”이라면서 “고유번호가 0번부터 500만 번까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공정을 거쳐 대량생산된 앨범이 서로 다르게 새겨진 고유번호만으로 마치 한정판 예술품처럼 팔려 나가는 흥미로운 상황이 된 셈이다.

마약 혐의로 체포된 롤링스톤스 멤버들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가십으로 소화하는 언론을 풍자하는 대형 포스터도 전시장 한쪽 벽을 크게 장식하고 있다. 실제 보도된 지면 기사를 꼴라주 형태로 모았다.

이 같은 작품을 내놓은 팝아트 예술가들은 ‘누구나 살 수 있는’ 형태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름값이 높아지고 작품 가격이 비싸질 수록 자신들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층이 한정되는 데 문제의식을 품었다.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는 판화 작업을 선호한 R.B. 키타이는 "예술을 민주화해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도슨트는 “데이비드 호크니도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을 직접 검수해 책으로 발간한다”면서 “팝아트가 대중예술로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그림을 프린트한 작품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다. 7월 2일까지 DDP 뮤지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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