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한진 박사 “한국 앞으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잘하는 걸 더 잘하게 해야”

입력 2023-03-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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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 밴드 2200~2600선…자산시장 거품 빠져 더 내려가진 못해
한-미 금리차 150bp이상은 신흥 시장에 우려…비기축 통화 환율도 불리
최대 리스크는 ‘경기침체’ 폭이 깊고, 길게 이어질 수 있어…하반기 예상
금융산업 뒤에 산업 경쟁력…산업을 해결해야 근본적 문제 풀릴 수 있어
경제지표가 해결되지 않고 주가 상승은 상단 막혀 있어…포모를 지양해야

▲김한진 3PRO TV 이코노미스트(경제학 박사)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3PRO TV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10년은 ‘잃어버린 10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은 지금 이 정도 갖고는 정말 안 될 것 같아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하고 있는 걸 더 잘하게 해야 합니다. 기초부터 다시 세워서 강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빌딩에서 만난 김한진 3프로TV 이코노미스트(박사)는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못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거시경제 전문가인 그는 1986년부터 37년간 국내 자본시장의 한가운데에서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산증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 지수가 200선까지 곤두박질치고, 2020년 코로나 유동성 시기의 3300까지 고공행진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2023년 한국 경제는 또 다른 충격파가 위협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5%대 시대가 열렸고, 국내 무역수지는 1년째 적자행진을 지속 중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12개월 넘게 지속된 것은 IMF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10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든 대형 은행들의 파산과 몰락 소식이 하루걸러 들려오고 있다.

167년을 걸어온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김 박사는 간밤에 결정된 UBS의 CS 인수에 대해 “아시아 장이 열리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만 했던 긴박했고, 중차대한 상징성”이라고 평가했다. 급변화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해 김 박사를 만났다.

1분기도 끝나가고 있다. 연초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상저하고’의 흐름을 유지하는가.

작년에도 저는 올해 장세를 박스권으로 봤고, 지금도 동일한 입장이다. 올해 경기는 기업 실적이 뒷받침이 안 되고 있어서 주가가 올라가기에는 너무 약하다. 작년 주식시장은 금리를 올리면서 주가가 스트레스(하방 압력)를 받는 역금융 장세였다면, 올해는 실적이 짓누르면서 주가의 상단이 제한되는 실적 장세로 전망한다.

그러나 주가가 한없이 떨어질 거냐, 그건 좀 어렵다고 생각한다.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거의 막바지 국면이다. 상반기 내로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매듭을 짓고 하반기에는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식시장의 하방 압력이 조금 저지될 것으로 본다. 코스피도 2200~2600 밴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3700~4200 정도 될거다.

주가가 더 내려간다고 보기 어려운 다른 이유는 지금 자산시장에 그렇게 큰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S&P500 PER(주가수익비율)도 30~40배라면 떨어질 일이 더 클 텐데, 지금 18배 정도에 왔다 갔다 하고 있고, 코스피도 15배 이상이면 비싼데 10~12배 사이에서 움직인다면 거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장 기업들의 실적이 반 토막 나지 않는 한 주가가 얼마나 하락하겠나. 글로벌 증시가 예전에 닷컴버블이나 2008년처럼 큰 폭으로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은? 이때 한미 금리 차 우려는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 최종금리는 5.50%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5월과 6월에 25bp씩 더 인상해서 5.50%가 최종 금리가 될 것. 중간에 동결로 쉬어가더라도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게 아니고, "지금 금융 시스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므로 잠시 전략적으로 중단한다"는 ‘매파적 동결’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25bp 두 번 밟고 4.0%까지는 올릴 수 있다. 미국 최종금리가 5.50%까지 가면 150bp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머징(신흥 시장)에 좀 불리한 상황이다. 미국 국채는 연준에서 담보로 돈을 주기 때문에 좀더 확보하고, 위험에 대응하려는 욕구는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머징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다.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미 금리 차가 150bp 이상 벌어지는 건 한국은행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 경우에 따라 또 다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튀어나올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이탈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올해 전체적으로 비기축 통화국의 환율시장은 불리한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

국내 경제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여러 가지 리스크 중 현재 가장 우려하는 점이 있다면.

▲김한진 3PRO TV 이코노미스트(경제학 박사)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3PRO TV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무조건 경기침체다. 폭이 깊고, 경우에 따라 길게 이어질 수 있으며, 전 세계의 경기침체가 올해 하반기에 조금 앞당겨서 올 수 있다.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사태를 보면서 느낀 점은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빨리 도래하고, 기업실적도 더 부진해서 코스피가 전저점 테스트를 한 번 더 시도할 것으로 본다. 코스피 전저점은 2100, S&P는 3700선으로 예상한다.

세계은행에서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대내외 경제나 글로벌 교역이 굉장히 느리게 회복할 전망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경제 회복도 더뎌질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수요 인플레이션이 낮고, 공급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에서 계속 통화 긴축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똑같은 통화정책으로 금리 인상을 밟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경제가 받는 타격은 훨씬 크다.

실물경제에서는 경기침체로 인해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고, 금융에서는 경기침체를 동반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비 기축 통화국들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거나, 자산을 빼가거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 좀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면서, 그 피해가 미국 이외 신흥국 시장에서 약한 고리를 건드릴 수 있는, 그런 부담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것 같다.

국내 경제에 대한 전망이 계속해서 어두운 가운데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려면 어떤 부분의 노력이 가장 필요한가.

정신 차리고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앞으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국내 경제는 수년간 3만 불의 함정에 빠져있을 것 같다. 강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잘할 수 있는 걸 더 잘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금융으로 풀려고 하면 안 된다. 금융산업 뒤에 산업 경쟁력이 있어서 산업을 해결해야 근본적으로 풀릴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바이오, 헬스케어, 원자력, K-콘텐츠 등이 수출 산업이 될 수 있을 텐데 좀 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잘할 가능성이 있는 산업은 정부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대만에서는 반도체 공장 짓는데 규제 완화해서 정말 신속하게 한 6개월 만에 완공한다면, 우리나라는 2년씩 걸리고 그런 게 문제다.

국내 중소기업 벤처 생태계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벤처 생태계가 없으면 산업은 태동 단계에 불과한 시늉이다. 대만 TSMC 같은 경우 그런 중소 산업 뒷받침이 돼서 시스템 반도체가 됐다. 국가에서 잘하고 있는 것은 더 잘하게 정책을 쏟아붓고, 지원해서 지금부터 백년대계를 육성해야 한다.

이런 대내외 경제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 또는 투자전략은?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가 가장 회의감이 큰 기간이 될 거다. 시장은 어수선하고, 세상이 망할 것 같고 불안하고 좋은 건 찾아보기 어렵지만, 결국 자본시장은 그런 회의론이 팽배한 시기를 다 극복해왔다. 그래서 저는 중장기적으로는 나빠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흐름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일시적이고 정상화되는 신호라고 본다.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고, 결국 모든 금융위기는 해결됐다. 경기 사이클이 침체로 가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기업들이 설비, 투자, 생산, 고용 모두 줄이면서 평균으로 회귀하는 속성이 있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지양해야 한다. 주가가 떨어질 때 공포심을 갖지 말고, 사자는 관점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제가 존경하는 존 템플턴 경의 말대로 주식시장의 강세장은 결국 회의감(Skepticism)에서 출발한다. 주식 시장에서도 경기가 가장 안 좋을 때 주식을 사면 대충 맞았다. 전 세계 경제지표가 다 망가졌던 2008년, 2020년 4월에 샀던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상단이 막혀있다. 그래서 올라갈 때 못 사서 안달하지 말고 앞으로 1년 정도는 떨어질 때도 괴멸적인 주가 하락은 없을 확률이 높으니까 쫓아가면서 팔지는 말아라.

또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내 산업에 베팅(betting)해라. 매크로 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수출 실적이다.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중에서 똘똘한 2차 전지가 됐던, 반도체가 됐든 그런 쪽은 지금 반도체 경기가 최악이라도 앞으로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쪽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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