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년 역사’ CS, 스캔들ㆍ불신에 역사의 뒤안길로

입력 2023-03-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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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글로벌 금융권 강자였지만 경쟁사에 팔려
1990년 퍼스트보스턴 인수하면서 신뢰 잃기 시작
2021 아케고스 사태가 결정적
탈세 등 부패 스캔들과 잦은 경영진 교체도 발목
지난해 ‘2024년 부활’ 선언했지만, 결국 무산

▲스위스 취리히에서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 로고가 보인다. 취리히(스위스)/AP연합뉴스
한때 글로벌 금융권 강자였던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신세가 됐다. 166년 역사를 자랑하는 CS는 계속되는 스캔들과 법적 문제, 경영 혼란 등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끝에 결국 최대 라이벌이었던 UBS의 손에 넘어갔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UBS가 CS를 인수한 가격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374억 원)으로, 최근 미국 은행 위기 소용돌이에 휘말린 퍼스트리퍼블릭의 시가총액보다도 적다.

CS는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구제금융 없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자사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는 것에 따른 충격은 견디지 못했다.

몰락의 씨앗은 1990년 미국 퍼스트보스턴 인수였다. 퍼스트보스턴은 1980년대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고위험 인수거래 자금 조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4억 달러(약 5244억 원) 넘는 레버리지 투자가 말썽을 일으키면서 결국 CS에 인수됐다.

인수 후에도 CS는 레버리지 금융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채권 거래와 같은 위험한 사업을 수용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퍼스트보스턴 외에 여러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인 인수를 이어갔는데, 이 역시 은행 안정성을 해칠 뿐이었다.

특히 2021년 빌 황의 아케고스 사태에 휩쓸린 것은 CS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당시 아케고스는 레버리지로 투자하던 일부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마진콜에 내몰렸음에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고, 결국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손실을 줄이려 물량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아케고스에 투자하던 CS는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아케고스에 대한 CS의 초기 익스포저는 47억 달러였지만, 2주 만에 55억 달러로 불어나 손실 처리됐다.

이 외에도 탈세 혐의를 비롯한 부패 스캔들과 고위급 경영진의 잦은 교체 등으로 CS의 신뢰도는 땅으로 떨어졌다.

그랬던 CS는 지난해 10월 악셀 레만 회장과 울리히 쾨르너 최고경영자(CEO)의 2인 체제로 반등을 노렸다. 경영진은 일자리를 감축하는 등 비용 절감을 통해 40억 달러 넘는 신규 자본도 마련했다. 당시 쾨르너 CEO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CS는 2024년부터 확실히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대외 변수들은 CS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세계 경제는 혼란에 빠졌고 금융시장에 넘쳐나던 자금은 줄기 시작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 투자자들의 신뢰도 자연스레 사라졌고 CS에도 충격을 줬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투자사 미라보의 존 플라사르 투자전략가는 “은행은 다른 산업과 다르다. 신뢰를 한 번 잃으면 재건할 수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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