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은행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른가

입력 2023-03-17 11:27수정 2023-03-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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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본사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산타클라라(미국)/신화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시장 불안을 부채질하는 배경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닮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과거와 두 가지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애틀랜틱카운슬이 분석했다.

2008년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베어스턴스가 붕괴하고, 그 여파가 9월 리먼브라더스로 번질 때까지 당국은 허둥지둥댔다. 뭘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 도미노 파산, 납세자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하느라 시간을 흘려 보냈다. 진단도 서툴렀다. 베어스턴스 붕괴가 경영부실 및 위험 관리 실패의 결과라는 평가가 고개를 들었고, 일부 전문가들은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가 시스템적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15년 후, 대응은 달라졌다. 연준과 재무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 파산 후 발빠르게 움직였다. 모든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깜짝 조치도 내놨고, 최장 1년까지 자금을 빌려준다는 카드도 꺼냈다. 비판도 있지만 시장 불안을 달래고 전염을 막는 결정이었음은 분명하다.

스위스중앙은행도 적극 개입에 나섰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자 스위스중앙은행은 540억 달러 지원책을 발표했다.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이 8000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원 규모가 GDP의 7%에 달하는 것이다. 승인된 재정 구제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독일)/EPA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라가르드는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미국 재무장관 헨리 폴슨과 협력했다. 라가르드의 ECB가 이번 은행위기 사태에 눈깜짝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애틀랜틱카운슬은 평가했다. ECB는 16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며 은행 위기설에 대응할 자신감을 내비쳤다. 라가르드 총재는 “2008년을 경험했다.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했는지 분명히 기억하며 틀을 개혁했다”며 “현재 금융부문은 2008년보다 훨씬 강하다”고 강조했다.

2008년 당시에는 문제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도전과제였다. 리먼 브라더스 붕괴로 혼돈에 빠진 은행과 당국들은 대차대조표에 어느 정도의 악성자산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도 안간힘을 썼다. 지금도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훨씬 덜 복잡하다. 은행들은 MBS를 다루지 않고 지구상 최고 안전자산이라 여겨지는 국채와 관련이 있다.

▲미국 은행 예금 규모 추이. 출처 애틀랜틱카운슬
유동성 자체도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개선됐다. 도드-프랭크법 덕에 은행들의 자본준비금이 대폭 증가했다. 2023년 현재 은행 총 예금은 17조7800억 달러로 2008년 6조6900억 달러에서 3배가량 불었다. 예대율도 매우 양호한 상태다.

금융 환경이 과거와 다른 점은 분명하지만, 타격이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은행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예금을 대형은행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이 중소 은행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대출 문턱도 높아질 것이다. 지역 경제에 역풍을 초래할 수 있고, 대형은행 집중화가 심화할 수 있다. 충격은 분명하고 피할 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글로벌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애틀랜틱카운슬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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