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덮친 ‘B의 공포’…외국인, 국내서 짐 쌀 결심

입력 2023-03-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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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인플레)·S(스태그플레이션)·R(경기침체)의 공포 이어 B(파산)의 공포 엄습
안전자사 수요 자극·위험 회피 심리 속…외국인 수급 위축 우려

(사진=AP/연합뉴스)

I(인플레이션)의 공포, S(스태그플래이션)의 공포, R(경기침체)의 공포에 이어 이번엔 ‘B(파산·bankruptcy)’의 공포가 증시를 덮쳤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이은 크레디트스위스(SC) 충격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856억 원 순매도했다. SVB 사태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황 속에서 SVB 보다 상징성이 큰 유럽의 대형은행인 CS발 위기가 불거졌다는 점이 은행권의 유동성 불안과 시스템 리스크 우려를 한층 더 자극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5조8830억 원을 담았지만, 그 규모가 점차 줄고 있다. 1월(6조3700억 원), 2월(4250억 원)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3월 들어 913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SVB 사태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높아진 불확실성을 경계하고 있다. CS의 주가 폭락 사태는 SVB 사태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며 유럽으로 확산될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국내 증시에서는 금융리스크 우려보다 변동성의 전이나 외국인 수급 위축 가능성을 더 우려한다. 외국인은 SVB 사태 이후 방어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증시가 급락했던 14일과 이를 일부 되돌린 15일 외국인의 공통적 순매수는 대체로 경기와 무관한 업종인 미디어·교육, 필수소비재, 통신서비스, 유틸리티 등에 집중됐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불안이 남았다는 의미”라며 “한국은 SVB 사태의 직접 영향권 밖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방어적 성향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SVB를 비롯한 금융 리스크 우려로부터의 회복은 다소 천천히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은행들의 위기는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금융권 위기발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1년 4개월 여 만에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내려갔고, 안전자산인 금값(1931.30달러)은 6주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원·달러 환율은 1313원에 마감하며 7거래일 연속 1300원을 웃돌았다.

스위스 중앙은행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실질적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 위험 회피 심리는 달러 강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외국인의 국내 시장 이탈 가속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초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했던 외국인의 이탈로 코스피 지수도 박스권 하단에 머물거나 이보다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SVB·CS 사태로) 안전통화인 달러화, 엔화의 꾸준한 강세 유도가 가능하며 위험선호 통화인 원화 매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외인들의 국내증시 이탈 및 역외 롱플레이 역시 환율 상승 흐름에 일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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