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모른다”...AI는 왜 월가를 장악하지 못했나

입력 2023-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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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데이터 기반한 첨단 기술 월가에서 채택
머신러닝 기반 펀드도 등장하며 투자 효율성 높여
코로나19 팬데믹 변수 발생...‘밈주식’ 열풍에 저조한 성과
결국 최종 투자 선택은 '인간' 영역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월가를 가르키는 표지판이 보인다. 뉴욕(미국)/신화뉴시스
미국 월가는 첨단 투자 기법과 기술들의 각축장이다. 언제나 ‘최신’ 기술이 ‘대세’로 주목받다가 쇠퇴하는 일이 반복된다. 전 세계 자금이 모이는 데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새로운 도구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산업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픈AI의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월가에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투자기법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미국 유명 헤지펀드인 시타델 창업자 켄 그리핀 시타델 창업자는 “(챗GPT가) 이것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정말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픈AI 웹사이트의 챗GPT 웹사이트 페이지 화면이 보인다. AP뉴시스
AI는 금융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고 월가를 장악할 수 있을까. 최근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월가에서 체험한 그간의 ‘AI 경험’은 AI가 산업 전반을 혁신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혁신을 일으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도중에 이러한 혁신이 중단되는 때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AI 개념이 월가에 처음 등장한 것은 수십 년이 훌쩍 넘는다. 2000년 초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토대로 시장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투자 종목의 단기 등락에 베팅하는 ‘퀀트’ 기법을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퀀트 기법은 등장 직후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르네상스, 투 시그마, 시타델 등 퀀트를 표방하는 헤지펀드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들 펀드는 사람인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능가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몸소 입증했다.

이후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패시브 인덱스펀드가 크게 성장하면서 효율성을 끌어올리면서 2019년에는 자산규모 기준으로 사람이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를 넘어섰다. 사람의 직관적 투자를 고집했던 전통 펀드들이 수익률 기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이 무렵에는 모든 유명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기술을 채택했다. 이 무렵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펀드가 나오면서 AI 기술은 개별 주식을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고 해당 종목의 상승 모멘텀과 관련한 가설을 세워 분석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미국 뉴욕에 있는 게임스톱 매장이 보인다. 게임스톱은 2021년 이른바 ‘밈 주식’ 대표 종목으로 분류되며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주가 급등락을 겪었다. 뉴욕(미국)/AP뉴시스
하지만 이러한 AI 관련 기술에도 부침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AI에도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였다. 2020~2021년 사이 각국의 코로나19 부양조치와 함께 이동제한으로 집에 발이 묶인 사람들이‘개인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밈 주식’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유 없이’ 주목받으면서 급등락을 반복했다. 과거 데이터 기반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는 퀀트나 AI 기반의 펀드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고, 성과는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관련한 규제가 해제되며 밈 주식 현상이 사라지고, 퀀트나 AI 관련 펀드 성과가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 관련 비용을 줄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저변을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모든 측면에서 효율성을 개선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머신러닝의 경우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이러한 첨단 기술을 쓰는 것은 사람이다. 억만장자 퀀트 투자자이자 AQR 설립자인 클리프 애즈니스는 “정보를 빨리 얻는 것이 정보를 잘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은 자기와 반대되는 의견은 듣지 않고, 자신의 판단만 믿는다. 이는 이상한 가격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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