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피해야”…SVB 파산에 VC들 리스크 관리 강화ㆍ벤처투자 급감 불가피

입력 2023-03-14 16:32수정 2023-03-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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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에 국내 VC 리스크관리 강화 예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감한 신규벤처투자 규모 올해 1분기 급감 ‘비관론’도

▲SVB 전경.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국내 벤처캐피털(VC)의 리스크 강화 관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국내 벤처업계로 확산할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축된 투자 심리가 더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올해 1분기 벤처투자 규모가 급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국내 VC들은 이번 SVB 파산을 기점으로 해외 벤처에 대한 투자 시 해당 기업의 거래은행 분산 요청 등 위험 상황에 대비한 선제적인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SVB 파산이 한국 스타트업에 미치는 직접 영향력은 작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 벤처투자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한 VC 관계자는 “국내 VC가 투자를 검토하던 한 미국 기업이 현지 VC에서도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현지 투자가 취소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투자가 위축되고, 보수적 접근이 늘어나게 되면 국내 VC의 미국 기업 투자 움직임도 연쇄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 VC의 해외 벤처투자 시장은 크게 활성화 한 상태는 아니다. 지난해 한국투자벤처가 국내 VC업계 관계자 6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살펴보면, 해외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는 비율은 28% 수준에 그쳤다. 앞으로 투자를 고려한다는 비중도 10명 중 3명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에선 펀드 운용 규모가 큰 VC를 중심으로 해외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해 왔다. 펀드 운용 규모가 1조 원 이상인 대형사만 절반(48.2%)이 해외 스타트업에 자금을 넣었다. 투자 고려 지역에선 미국이 76%로 압도적으로 높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으로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앞서 출자한 글로벌 자펀드의 일부가 이번 SVB를 수탁사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손실 위기를 우려했지만 해당 자펀드 대부분이 예금보험한도 이내에 자금을 예치해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와 현장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벤처투자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폐쇄된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하면서 사태가 진정돼 한시름을 놨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이미 팽배해 있다.

국내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꺼지기 시작했다. 작년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2조22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5%(9027억 원) 증가했다. 2분기 역시 1.4% 늘어난 1조9315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1조2843억 원으로 38.6% (8070억 원) 급감했다. 4분기 투자액은 1조3268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전년 동기(2조3649억 원)와 비교하면 1조381억 원(43.9%) 줄었다. 사실상 반토막이다. 3, 4분기 하반기 투자 감소액만 2조 원에 달한다. 중기부는 투자규모 감소세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봤다.

현장에서 예상치못한 폭탄이 터지면서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실적이 작년보다 더 크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중기부 안팎에선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벤처투자 분위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왔지만 현장에선 이런 악재로는 올해 훈풍이 불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자산 200조 원 은행이 무너질 건 생각도 못한 상황이다”며 “지금 한 쪽에선 투자심리와 운영이 깨질대로 깨지는 상황인데 우리 벤처투자 시장도 투자 급감은 불가피해 보인다. 투자자와 기업 모두 찬 바람 가실 때까지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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