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까지 퍼진 SVB 파산 여파…미국 투자 받던 스타트업들 ‘당혹’

입력 2023-03-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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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계좌 개설 당시 중국 휴대폰 인증 허용
벤처캐피털 지원 받은 기업들, 일주일이면 계좌 개설
계좌 개설 엄격한 HSBC, 씨티 등 주류 은행과 대조
개설 후 미국 투자금 조달 쉽다는 점도 기업 끌어들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앞에 13일(현지시간)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샌타클래라(미국)/AFP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중국에까지 퍼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CNBC방송은 익명의 중국 기술 스타트업 창립자를 인용해 SVB가 계좌 개설 시 중국 휴대폰 번호도 인증수단으로 허용해 중국 스타트업들 상당수가 SVB에 예금을 맡겼다고 보도했다.

창립자는 한때 SVB 계좌에 수천만 달러를 넣고 있었고 현재도 25만 달러(약 3억2738만 원) 이상이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이 SVB와 거래를 하게 된 건 계좌 개설의 용이함 때문이었다. 이들은 주류 벤처캐피털의 지원만 받으면 일주일 내에 SVB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스탠다드차타드나 HSBC, 씨티 등 주류 은행들이 계좌 개설에 엄격한 기준을 내걸어 계좌 개설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이유로 벤처캐피털은 SVB와 거래하는 것을 선호했고, 중국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SVB는 인기가 있었다고 CNBC는 설명했다.

게다가 SVB 계좌를 개설하면 향후 미국에서 자금을 공모할 때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비교적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 상장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하면 중국 스타트업에 있어 큰 이점이었다.

CNBC는 “얼마나 많은 중국 스타트업이 SVB 계좌를 가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국 벤처 자금을 지원받는 많은 기업이 SVB 계좌로 거래를 시작한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생명공학 기업 자이랩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이랩이 보유한 10억1000만 달러 상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중 약 2.3%가 SVB에 예치돼 있다.

또 다른 생명공학 기업 에버레스트메디신 역시 현금 일부를 SVB에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체 현금의 1% 미만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FDIC는 SVB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진행한 입찰에서 대형 은행이 한 군데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재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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