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작비 30억 넘는 영화에 여성 촬영감독 '0명'

입력 2023-03-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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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영화 핵심창작 인력 성비. 여성 촬영 감독이 0%(아래에서 두 번째)로 집계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지난해 극장 개봉한 제작비 30억 이상 영화 중 여성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은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한국 영화산업 성인지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202편의 영화 중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 주연배우, 각본가, 촬영감독 등 핵심인력으로 손꼽히는 자리를 여성 인력이 맡은 경우는 26%에 불과했다. 2021년 26.3%에서 거의 개선되지 않은 수치다.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 감독 45명(20.2%), 여성 제작자 70명(22.2%), 여성 프로듀서 80명(31.4%), 여성 주연배우 104명(46.0%), 여성 각본가 66명(28.6%), 여성 촬영감독 31명(11.4%)다.

복수의 인력이 크레딧을 얻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게 집계된 프로듀서나 주연배우 조차도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주로 한 명이 단독 크레딧을 얻어가는 감독, 제작자, 각본가, 촬영감독의 경우 1~20%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작품으로 좁혀보면 여성 촬영감독은 ‘0명’이었다. 순제작비 30억~50억 원 규모의 작품부터 통상 중급 상업영화로 분류하는 영화산업 특성상, 대중적 흥행을 노리고 제작되는 상업영화에서 핵심인력의 성별 편중이 극심하다는 의미가 된다.

해당 통계를 정리한 백현지 연구원은 “2020년 '디바' 김선령 촬영감독, 2021년 '보이스' 이선영 촬영감독이 있었던 것에 비추어볼 때 일보 후퇴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흥행순위 30위 한국영화 중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작품도 10편에 그쳐 최근 5년 사이 가장 적었다. 백델테스트는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이 둘 이상 등장할 것’, ‘여성들이 서로 이야기할 것’, ‘이때 주제가 남자에 관련되지 않을 것’ 등이 부합한지 따져보는 성평등 평가 방식이다.

2022년 한국영화 흥행순위는 1위 ‘범죄도시2’(1269만)를 이어 ‘한산: 용의 출현’(726만), ‘공조2: 인터내셔날’(698만), ‘헌트’(435만), ‘올빼미’(322만), ‘마녀 Part2 The Other One’(280만), ‘비상선언’(205만), ‘육사오(6/45)’(198만), ‘헤어질 결심’(189만), ‘외계+인 1부’(153만)가 10위권에 들었다.

11~20위는 ‘영웅’(148만), ‘해적: 도깨비 깃발’(133만), ‘브로커’(126만), ‘인생은 아름다워’(117만), ‘데시벨’(90만), ‘정직한 후보2’(89만), ‘킹메이커’(77만), ‘자백’(73만), ‘경관의 피’(67만), ‘압꾸정’(60만)이 차지했다.

21~30위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53만), ‘동감’(49만), ‘늑대사냥’(45만),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44만), ‘특송’(44만),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41만), ‘리멤버’(41만), ‘뜨거운 피’(39만),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35만), ‘탄생’(33만) 이다.

다만 보고서는 “올해 개봉한 고예산 영화들은 손익분기점 계산에 특히 민감한 영화들로 매우 보수적인 판단 아래 개봉이 결정된 것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이 영화들은 흥행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안전한 공식을 따라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경을 두고 “팬데믹으로 인해 그동안 개봉을 미뤄왔던 영화들이 2022년에 개봉한 것으로 성인지적 관점에서는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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