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설립한 택시기사에 낡은 차 배정…회사 대표에 벌금형 확정

입력 2023-03-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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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는 이유로 낡은 차를 배정하는 등 불이익을 준 택시회사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기소된 택시회사 대표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6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조를 설립한 택시 기사 B 씨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B 씨에게 “노조를 만드는 건 근로자 권리지만, 우리 회사 상황에선 노조가 2개 있는 것보다 하나만 있는 게 좋다”며 “단일 노조가 되도록 제1노조와 협의하면 좋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가 끝내 노조를 설립하자 A 씨는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가 6일 만에 철회했다. 이후 A 씨는 B 씨가 전부터 고정적으로 운행하던 차보다 낡은 임시 택시를 배정했다.

A 씨는 재판에서 “노조 활동을 만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의견 표명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B 씨의 교통사고 이력 때문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가 이후 철회했고, 이 과정에서 B 씨가 전에 운행하던 차를 이미 다른 기사에게 배정해 B 씨에겐 임시 차를 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가 노조 가입을 이유로 B 씨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B 씨와 근로계약을 해지한 사유로 드는 교통사고 이력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고, 이후 배정한 임시 차량은 기존에 B 씨가 운행하던 것과는 주행거리나 사고 이력에서 큰 차이가 나 불이익한 취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단순히 비판적 견해를 표명한 것을 넘어 B 씨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줄 것을 염두에 두고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2심과 대법원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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