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밥에 빨래, 마사지까지 해줬는데”…사라지는 ‘꿈의 직장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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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일반 직장인 보다 배는 높은 연봉에 드라마 세트장처럼 깔끔한 업무 공간, 자유로운 업무 방식, 직원들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와 미용실, 오락실, 그리고 언제든지 제공되는 무료 식사와 커피까지….

‘꿈의 직장’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미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은 높은 연봉과 함께 일반 직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복지를 제공하며, 꿈의 직장으로 불려 왔죠.그러나 이 꿈의 직장들이 최근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성장 둔화, 광고 감소 등 달라진 경제 환경을 인지해 각종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인데요. 거센 정리 해고 바람이 분 뒤 남은 직원들도 복지 등이 대폭 축소돼, 예전처럼 여유로운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씁쓸해하는 상황입니다.

모두가 꿈꾸던 직장에서 구조 조정과 비용 축소의 대상으로 전락한 IT 업계, 그 상황을 들여다봤습니다.

▲(AP/뉴시스)

메타·트위터·구글 등 대규모 해고 잇따라…“회사에서 마사지? 이젠 옛말”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일상은 물론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때 빅테크 기업들은 특수를 누렸죠. 기회를 놓칠세라 빅테크 키업들은 채용을 대폭 늘리는 등 덩치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호시절도 잠시,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며 다시 규모 축소에 돌입했죠.

테크 기업 감원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9일(한국 시각) 기준 468개의 기술 관련 회사에서 12만6000명 이상의 감원 계획이 발표됐습니다.다. 이와 함께 내걸었던 복지와 혜택 역시 사라지는 모습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는 지난해 11월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 등을 위해 1만1000명을 해고했습니다. 이는 전 직원 13%의 인력에 해당하는데요. 메타는 사내 무료 세탁 서비스와 차량 공유 서비스 리프트 보조금 지원도 종료했습니다. 또 저녁 식사 제공 시작 시간을 마지막 통근 버스가 출발하는 오후 6시로 조정하면서 직원들은 더 이상 포장된 식사를 챙겨 귀가할 수 없게 됐죠.

트위터는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가 경영을 시작한 후 ‘웰니스’와 관련된 모든 혜택을 종료했습니다. 또 무료 음식 제공과 가정 인터넷 비용 상환 서비스, 보육비, 출장 식비 지급 등 복지도 중단했습니다.

사내 식당에서 주류와 초밥, 불고기, 숙성된 육류 등 고급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던 구글은 지난해 말부터 메뉴 가짓수를 줄였습니다. 출장도 제한했죠. 구글 복지를 대표하던 사내 마사지 치료사들도 대규모 구조 조정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구글은 1월 20일 직원 1만2000명, 전 직원의 약 6%를 해고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연합뉴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회식비 제한에 전면 출근 제도 도입

허리띠를 졸라맨 건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근무 제도를 변경하는 IT 기업들이 늘었는데요. 직원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재택근무에서 회사 출근을 원칙으로 삼았다는 사실입니다.

카카오는 이달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도입, 회식비는 인당 5만 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카카오 임직원들은 지금까지 부서 단합 및 운영을 위한 목적으로 회식비를 금액 제한 없이 사용해왔죠. 같은 날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 유니언’은 “공지도 없고 설명도 없는데 회식비 제한은 시행 중”이라는 제목의 전단을 배포해 “회식비 제한의 이유는 무엇인지, 왜 금액은 5만 원인지 알려진 사실은 하나 없지만 이미 시행 중”이라며 “이제라도 제대로 된 논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도 재택근무제에서 사무실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전면 출근제로 전환했습니다.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지만, 재택근무가 전면 폐지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하려면 부서장 승인이 있어야 해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다는 지적입니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상시 원격 근무를 이번 달 종료하고 다음 달부터 하이브리드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르면 4, 5월에는 주 2회 출근, 6월부터는 주 3회 출근하는 방식으로 원격 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게 됩니다. 다만 야놀자는 채용 시 상시 원격 근무를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어 반발이 더 큰 상황입니다.

▲팀 쿡 애플 CEO. (AP/뉴시스)
일부 기업은 다른 방향으로 문제 해결 시도…애플, 팀 쿡 CEO 급여 삭감

반면 다른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업들도 목격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은 팀 쿡 CEO가 자발적으로 급여를 40% 삭감하면서 직원 해고 없이 49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반도체 기업 인텔도 CEO 급여를 25%, 임원진 급여를 15% 삭감하며 대규모 해고를 피했죠.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공간을 줄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어도비는 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새로운 오피스 타워를 오픈했는데요. 이는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어도비는 올해 전사적인 정리해고는 없을 것이라고도 전했습니다. 또 재택근무를 축소하는 추세와 다르게, 출근과 재택근무를 오가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으로도 눈길을 끌었죠.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직원 소통 부재 지적돼…올해 IT 업계 일자리 더 줄어들 전망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생활 패턴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기에, 업계 내 잡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은 사무실 출근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재택근무 축소는 곧 복지 축소이며,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효율 차이가 입증된 바 없다고 주장합니다. 직원과의 소통도 부재했다는 아쉬움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인원 감축일 듯합니다. 앞서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데브시스터즈, 엔픽셀 등 크고 작은 게임사들은 물론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에서도 인력 조정을 진행했습니다. 비대면 특수로 늘어났던 개발자 인건비가 엔데믹에 들어서며 기업 측에 부담으로 다가왔고, 결국 구조조정의 원인으로까지 작용했다는 분석이죠. 카카오는 지난달 진행하던 경력 개발자 수시 채용 일부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채용 취소 대상자 중에는 서류·코딩 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앞둔 지원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감원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악화 추세는 점점 심화하고 있죠. 지난해 4분기 기준 아마존은 순이익이 98% 급감했고, MS는 6년 만의 매출 성장률 최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구글의 알파벳은 4분기 연속 순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알파벳은 올 1분기 19억~23억 달러를 들여 1만2000명에 달하는 정리 해고를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달 초 올해를 ‘효율성의 해’로 선언하며 투자자들에게 중간 경영진을 줄이고, 회사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며 추가 감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죠. 메타는 새로운 정리해고도 추진 중인데요. 이 규모는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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