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내 일자리 위협한다?...“실업난 주범 아닌 고용난 해결사”

입력 2023-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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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출시·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속도
‘AI가 사람 대체’ 공포감 자극
로봇 도입 너무 적은 것이 더 문제
챗GPT도 여전히 오류 많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출처 테슬라 유튜브 캡처
오픈 AI의 챗GPT가 지난해 11월 등장하면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또다시 자극하고 있다. 2016년 인간과 인공지능 대결로 세간의 이목이 쏠렸던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 이후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가 머지않았다는 두려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실업난의 주범이 아니라 고용난 해결사로서 AI와 로봇을 바라봐야 한다고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이달 초에는 자칭 ‘테크노킹’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의 ‘투자자의 날’에 주변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자리에서 머스크는 “시점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류의 수를 초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해 사람들의 기대감과 공포를 동시에 자극했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란 두려움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에는 공장 기계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공장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로봇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단순 업무 등에 배치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로봇 가격 하락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글로벌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의 평균 가격은 2005년 6만9000달러에서 2017년 2만7000달러(약 3600만 원)로 떨어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개점휴업’에 빠진 인간의 노동력 대안으로 톡톡히 역할을 했다.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로봇 도입 수. 위부터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서유럽. 출처 이코노미스트
로봇 산업이 성장하기는 했지만, 도입 수준은 여전히 낮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로봇 활용에 적극적인 한국 기업들조차도 모든 산업용 로봇 1대당 1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인류와 로봇이 1대 1 비중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머스크의 예측과는 거리가 먼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보급률은 한국보다 더 낮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에서는 로봇 1대 당 노동자 25~40명이 고용되고 있다.

로봇에 투입되는 산업자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에 지출한 자금은 250억 달러로, 전체 자본 지출(에너지 및 광업 부문 제외)의 1%에도 못 미친다. 이코노미스트는 “성인용품에 들어가는 자본 지출보다 적은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기업이 IT 컨설팅 등을 통해 인간의 개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무자동화에 나설 수 있지만, 인도나 필리핀과 같은 신흥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아웃소싱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리서치업체인 IDC도 “사무 자동화 소프트웨어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200억 달러 수준으로 로봇 투자 규모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챗GPT도 여전히 오류가 많아서 실제로 사람을 대체하기까지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태부족인 유럽과 미국 등 서방국가에서는 오히려 자동화 시스템이 부족해 제조업 경영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은 기업의 구인난을 해결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구인 규모는 구직 규모의 2배 수준으로 역사적으로 높은 상태”라며 “제조업과 접객업 부문에서 각각 50만 명, 80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자동화가 오히려 너무 적게 됐다는 것”이라며 “화제가 되는 최신 AI 기술들로도 상황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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