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졌으니 책임 완수해야”...‘너의 이름은.’ 감독이 동일본대지진 다룬 이유

입력 2023-03-0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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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봉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기자간담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히트를 하고 나면 그다음 작품을 봐주는 사람들이 굉장히 늘어납니다. 관객은 ’히트한 감독 작품이라는데 일단 가서 보자.’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때에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책임을 완수하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너의 이름은.’(2017)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큰 흥행에 성공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일본 열도의 트라우마와 다름없는 동일본대지진을 소재로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들고 한국을 찾은 배경이다.

8일 국내 개봉에 맞춰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감독은 “’너의 이름은.’으로 대히트를 하고 나서 사회에 있는 관객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됐다”고 연출 배경을 설명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1년 일본 동북부를 쓸고 간 쓰나미를 유발한 대지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판타지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 고등학생 스즈메(하라 나노카)는 일본 도처에 위치한 ‘뒷문’을 단속하는 소타(마츠무라 호쿠토)를 따라, 재난을 상징하는 괴생명체 미미즈의 출몰을 막고 사람들을 구하는 모험에 나선다.

마법에 걸린 소타가 다리 한쪽을 잃은 세 발 의자로 변신하고, 일본의 정령을 상징하는 다이진이 고양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등 재페니메이션 특유의 비현실적인 상상력이 완성도 높은 작화로 구현됐다.

▲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기자회견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왼쪽)과 주인공 '스즈메'역을 맡은 배우 하라 나노카가 극 중 출연 캐릭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독은 “다리가 3개뿐인 의자는 과거 쓰나미에 의해 떠밀려 내려갔다가 되찾게 된 것이다. 재해의 피해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세 발 의자를 통해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도 이 의자처럼 굉장히 잘 달리면서 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일본인 전체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재해를 재미있게, 잘 표현해낸다면 이 일을 잊고 있는 분이나 잘 모르는 분들에게 기억을 이어가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특히 젊은 분들에게 이 기억을 남겨주는 건 엔터테인먼트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

“한일관계, 문화적으로 강하게 연결된 상태 계속됐으면”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이날 국내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쓰고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 전 15만 장 이상 사전 예매율을 기록한 점을 들어 그 인기의 이유를 묻는 말이 나오자 감독은 “도리어 내가 왜 그렇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지 여쭙고 싶을 정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나 풍경이 닮은 데가 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분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을,일본 분들은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 많이 보는 것”이라면서 “정치적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그런 상황이 마치 파도처럼 반복되지만, 문화에서만큼은 강하게 서로 연결되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한편 이날 주인공 스즈메 역에 목소리 출연한 성우 하라 나노카도 감독과 함께 한국을 찾아 작품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성우 오디션에서 발탁돼 처음으로 목소리 연기에 데뷔한 그는 “액션 신에서는 달리는 호흡을 표현하기 위해 스쿼트를 하는 등 몸을 움직여서 호흡을 연기했다”면서 녹음 과정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날 하라 나노카의 ”’아!’ 하는 소리를 내는 장면이 굉장히 많아 어려웠다”는 소감을 들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뭔가를 깨달았을 때의 ‘아!’와 놀랐을 때의 ‘아!’는 같은 소리지만 매번 다르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연기하는 게 힘들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말미 한국 관객에게 인사를 전하는 대목에서 감독은 “한국은 일본과 달리 지진은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사는 곳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전쟁, 사고처럼 우리 일상을 갑자기 단절시키는 것들이 있다”고 공통점을 짚으면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살아가야 하는가를 테마로 하는 작품인 만큼, 한국 관객들도 보고 ‘우리의 현실과도 상관이 있는 세계’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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