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총재’ 구로다의 10년…일본은행이 불러일으킨 변화는

입력 2023-03-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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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여년 일본은행 역사상 최장수 총재로 퇴임하게 돼
아베노믹스 핵심 금융완화 주도
시장서는 '구로다 바주카포' 별명
10년새 일본 국채 금리·엔화 가치 급락
시중은행 포트폴리오에도 대대적인 변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도쿄/AFP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79) 일본은행(BOJ) 총재가 역대 ‘최장수 총재’라는 타이틀과 함께 내달 8일 퇴임한다.

구로다 총재는 5년 임기를 연임하며 140여 년 일본은행 역사상 유일하게 10년의 재임 기간을 다 채운 총재로 퇴임하게 된다. 그의 전례 없는 재임 기간 일본은행의 대규모 부양책은 시장과 일본 시중은행에 막대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평가했다.

구로다 총재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추천으로 2013년 제31대 총재에 올라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그는 △금융완화 △재정완화 △구조개혁이라는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 중 핵심으로 꼽히는 금융완화 정책을 담당했다.

후쿠오카현 출신인 구로다 총재는 도쿄법대를 졸업하고 당시 일본 경제 사령탑인 대장성(현 재무성)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관료 시절부터 일본은행의 소극적인 통화정책에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다 총재는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이차원 금융완화를 단행했다.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까지 도입했다. 시장은 이런 과감한 정책을 ‘구로다 바주카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시중은행 포트폴리오의 대대적 변화도 촉발했다. 10년간 이어진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와 일본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중은행이 주 수입원이었던 대출 사업과 국채 투자에서 예전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구로다 총재 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일본 국채를 상당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금리가 낮아지자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다른 투자처를 물색해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우정은행이다. 이 은행은 한때 운용자산의 80%를 일본 국채에 투자했지만, 10년 새 투자 비중이 20%로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은행은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푼 덕에 국채의 50% 이상을 보유하는 기형적 상태가 됐다.

시중은행의 대출 이자 마진도 크게 줄었다. 일본 3대 시중은행의 국내 순이자수익은 10년 새 30% 가까이 감소했다. 대출 이자가 낮게 유지되면서 마진 역시 축소된 영향이다.

일본 메이저 은행들은 구로다 시대 해외 확장으로 활로를 모색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본 3대 메가뱅크는 지난 10년간 최소 90건의 인수·합병(M&A)에 총 350억 달러(약 45조 원) 이상을 썼다. 그 결과 이들의 해외사업 비중은 10년 전 20~30%에서 현재 40~50%로 커졌으며 총자산도 60% 이상 증가했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시장을 왜곡시켜 ‘나쁜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지난해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긴축 기조에 나섰을 때도 그는 완화정책을 고수했다. 그 결과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물가는 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정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가 부르짖었던 디플레이션 타개에는 일정 성과를 거뒀지만, 엔저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구로다 총재의 퇴장으로 ‘아베노믹스’ 폐막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의 후임인 우에다 가즈오가 “현 상황을 고려하면 통화완화는 계속돼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당장 통화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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