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국내 가계부채 2925조 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56.8%
기존 가계부채 국제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전세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작년 국내 가계부채가 3000조 원에 육박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세보증금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분석을 통해 지난해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가 2925조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세보증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58조3000억 원이었다.
한경연은 “전세와 반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며 “전세보증금은 사실상 임대인인 가계의 부채지만 현재 가계부채 관련 공식 국제 통계에는 전세보증금이 집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는 700조 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총 가계부채는 2017년 2221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2925조3000억 원으로 31.7% 늘었다. 한경연은 2020~2021년 중 임대차 3법 시행 등에 따른 전세금 급등, 코로나19로 인한 생계비 등 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05.8%로 통계확보가 가능한 OECD 31개국 중 4위였다. 전세보증금을 가계부채에 포함하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6.8%로 높아져 스위스(131.6%)를 제치고 OECD 1위로 올라간다.
우리나라 가계들은 대출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높아 상환 여력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5%로 통계확보가 가능한 OECD 34개국 중 6위였다.
전세보증금을 가계부채에 포함할 경우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03.7%로 OECD 34개국 중 1위로 올라간다. 주요 선진국(G5)인 영국(148.4%), 프랑스(124.3%), 일본(115.4%), 독일(101.5%), 미국(101.2%)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150% 수준이다.
한경연은 국내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 2017년 말 66.8%를 차지했던 변동금리 대출은 지난해 말 76.4%로 9.6%p 늘었다. 같은 기간 신규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64.3%에서 75.3%로 11.0%p 증가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가계부채는 언제든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자산시장 연착륙으로 대출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규제개혁, 세제 개선 등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의 증진과 금융방어력 확충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